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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왕조' 재건한 힐만의 레거시, '돌아온 염갈량' 염경엽은 어떻게 이어갈까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18.11.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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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믿을 수 없어.”

한동민의 한국시리즈 6차전 13회 재역전 홈런으로 ‘SK왕조’의 부활을 이끈 트레이 힐만(55) 감독은 또렷한 한국말 한마디에 벅찬 감흥을 담아냈다. ‘한국말로 준비한 우승 소감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주저없이 2년의 여정을 화려하게 마감하는 소회를 밝혔다.

12년 전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를 44년 만에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으며 “신지라레나이”라고 던진 일성을 한국어로 옮겨놓은 셈이다. 그해 일본열도에 유행어가 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던진 그 소감은 ‘믿을 수 없어’라는 뜻의 일본어였으니.

8년 만의 정상탈환의 행복을 나눈 SK와이번스 선수와 트레이 힐만 SK 감독. [사진=연합뉴스]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라 ‘업셋’ 우승 기적을 일군 힐만 감독은 인천의 SK 와이번스 전사들과 손가락으로 ‘아이 러브 유’라는 수어로 8년 만의 정상탈환의 기쁨을 나누었다.

KBO리그 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한국시리즈 우승, 전인미답의 한일 프로야구 정복의 기념비적인 위업을 남긴 채 힐만 감독은 이렇게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다.

SK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6차전에서 연장 13회까지 가는 대혈투 끝에 5-4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2010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통산 네 번째 정상에 올랐다. 정규리그 1위팀이 아닌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오르는 5번째 ‘업셋’ 신화도 썼다.

외국인 지도자로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간직하면서 헹가래를 받고 있는 트레이 힐만 SK 감독. [사진=연합뉴스]

KBO리그 역대 세 번째 외국인 사령탑인 힐만 감독은 외국인 지도자로는 첫 한국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끼고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았다. SK로선 인천왕조의 부활을 알리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힐만 감독을 헹가래치고 보내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앞서 힐만 감독은 지난달 13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올 시즌을 마친 뒤 SK를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SK는 지난 8월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힐만 감독에 재계약을 제안했지만, 힐만 감독은 가족의 건강 악화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고사했다.

선수들이 동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힐만의 이별 예고는 인천의 전사들을 응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힐만 감독이 업그레이드해놓은 ‘홈런군단’은 더욱 집중력이 붙으면서 플레이오프 명승부에 이어 한국시리즈 빅매치에서 불망이포로 승부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힐만 감독은 재임 2년 동안 소통과 존중을 중시하는 융화의 리더십으로 가을야구를 연속 이끌었다. 데이터에 기반하면서도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자신감을 심어주고, 야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정규리그 때 중용하지 않았던 박정권, 김강민을 내세워 단기 시리즈에서 베테랑의 경험을 살리는 '믿음의 야구'도 결실을 거뒀다.

SK 와이번스와 함께한 고락과 영광의 피날레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장식한 힐만 감독은 “SK 식구들과 보낸 2년의 시간은 순위로 매길 수 없을 만큼 좋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미친(crazy)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마다 우리는 이겨냈다”며 “선수들이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야구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되돌아 봤다.

마지막으로 힐만 감독은 “다시 한국에 감독으로 오게 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언젠간 한국에 오면 SK 식구들을 만나러 오겠다”며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필드에 나간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고별 인사를 전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의 후발 주자가 된 염경엽 SK 신임 사령탑의 모습. [사진=SK와이번스 제공/연합뉴스]

힐만 감독은 단장으로 함께 했던 염경엽 신임 사령탑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미국으로 떠나게 됐다. 염경엽 SK 와이번스 단장이 13일 파격적인 대우로 사령탑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SK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적인 야구에 대한 실행력을 포함해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충분히 검증됐다”며 염경엽 신임 감독과 계약기간 3년, 계약금 4억원, 연봉 7억원 등 총액 2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2015시즌 후 재임 4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넥센 히어로즈을 떠나 FA가 됐고, SK 단장으로 프런트에서 힐만 감독의 우승을 도왔다, 계약 총액은 역대 KBO 리그 사령탑 최다액으로 종전 최고연봉 힐만 감독의 6억8000만원(60만달러)도 넘어서면서 대권을 넘겨받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구단을 통해 “힐만 감독님이 잘 다져 오신 팀을 맡게 되어 무한한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인천에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감독으로서 인천 연고팀을 맡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프로야구를 구성하고 있는 3가지 주체인 구단, 선수단, 팬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감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힐만 감독과 이인삼각으로 SK왕조를 재건한 ‘염갈량’ 염경엽 감독이 힐만의 레거시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그의 지략이 벌써부터 주목을 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령탑을 포함해 한미일 야구를 섭렵한 힐만 감독의 융화와 데이터를 중시하는 야구를 옆에서 지켜본 염 감독이기에 전력 보강과 신구의 조화를 탄탄하게 유지한다면 그도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 판도를 깨고 수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염경엽 감독 개인으로서도 가을야구 ‘4전5기’의 화룡점정은 내년 시즌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힐만 감독은 2006년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의 지휘봉을 잡고 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른 뒤 무대를 옮겨 한국프로야구도 SK를 맡아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면서, 한일 프로야구를 모두 정복한 첫 사령탑으로 한일 야구팬들에게 기억 속 깊게 박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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