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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 정도원 회장, ‘사돈’ 현대차 GBC 사업 지연에 고심 깊어지는 까닭은
삼표 정도원 회장, ‘사돈’ 현대차 GBC 사업 지연에 고심 깊어지는 까닭은
  • 이상래 기자
  • 승인 2018.11.14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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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14일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에 옛 한전부지 매각을 요구했다. 활용도가 떨어지고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다.

엘리엇이 지적한 한전부지는 2014년 9월 당시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현대차그룹,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가 공동 매입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의 이 ‘알짜’ 부지에 초고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한다는 계획이지만 4년째 인허가를 받지 못해 공사가 진척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엘리엇의 요구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 현대차그룹 외에 또 있다. 바로 삼표그룹(회장 정도원)이다. 단지 정도원 회장이 현대차그룹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의 장인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 [사진캡처=삼표 홈페이지]

업계에 따르면 GBC사업과 삼표의 이익 연결고리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삼표의 송파구 풍납 레미콘공장이 GBC 부지와 가까운 곳에 있는 게 그 배경이다.

레미콘은 특성상 출하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나면 제품이 굳기 때문에 공장 위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GBC가 건립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업체가 삼표로 거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GBC 사업이 4년째 표류되면서 삼표 정도원 회장의 고심은 깊어지는 형국이다. 특히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풍납토성의 복원을 이유로 삼표의 풍납공장 이전을 압박하고 있다. 이미 2022년 철거가 확정된 성수 레미콘공장에 이어 풍납 레미콘공장마저 이전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삼표다.

삼표는 국토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풍납토성 복원사업 문제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 풍납공장 이전을 막겠다는 취지다. 재판은 1심과 2심이 엇갈렸다. 1심은 삼표, 2심은 국토부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난 3월 대법원은 해당 소송 건에 대해 '심리불속행 도과'를 결정했다. '심리불속행 도과'이란 심리 중 판결 없이 재판을 기각하는 기간이 지나 심리를 이어간다는 뜻이다. 법조계에선 삼표가 2~3년간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표 CI. [사진캡처=삼표 홈페이지]

하지만 여전히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특히 2016년 7월 풍납공장에서 시멘트 사이로 부품 이음새가 파손돼 0.5톤가량 시멘트가 인근 지역으로 날아가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지역 여론마저 좋지 않다. 지역주민들이 송파구청 등에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레미콘 공장 이전 및 폐쇄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삼표 정도원 회장의 다급한 마음이 읽힌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GBC 진척 속도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달라진 게 없다. 국토부 반대가 여전히 거세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 관련 장관 회의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청와대와 정부 유관기관이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해 GBC을 지원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김 장관의 반대 입장은 확고했고 그대로 관철됐다.

국토부가 반대하는 이유는 현재 계획대로 GBC 사업이 진행될 경우 지나치게 많은 인구유입과 강남구 일대 부동산 시장 교란을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집값 잡기’에 올인하는 국토부가 이러한 변수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GBC 사업 인허가는 다음달 열리는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에서 결정된다.

삼표로선 GBC 사업이 빨리 결정 나기를 바라는 대목이 또 있다. 현대차그룹과 삼표 간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면서다.

이 일감몰아주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엄중경고한 ‘공정경제’ 파괴 주범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공정경제 전략회의’에 참석해 “공정경제로 경제민주주의를 이루는 일은 서민과 골목상권,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잘 살고자 하는 일”이라며 구체적으로 일감몰아주기를 언급했다.

사실 삼표와 현대차그룹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11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 전국금속노조는 현대차그룹이 편법적으로 사돈기업인 삼표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삼표 간 원자재 납품 거래를 하면서 기존 거래구조에 끼어들어 이른바 '통행세'를 챙겼다는 게 이들 시민단체 주장의 핵심이다.

참여연대는 현대글로비스와 삼표는 실질적인 역할이 없음에도 현대제철의 석회석 공급구조에 끼어들어 통행세를 편취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삼표 기초소재, 네비엔, 삼표레일웨이 등 삼표그룹 계열사들과 현대차그룹 사이 슬래그 독점공급 계약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전 현대제철의 석회석 공급구조는 '광업회사→물류회사→현대제철'이었지만 현대글로비스와 삼표가 이 프로세스에 끼어들어 '광업회사→현대글로비스→삼표→물류회사→현대제철'의 거래구조를 구축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삼표와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정치권에서 다뤄지는 것도 정도원 삼표 회장에겐 부담으로 다가가는 대목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현대차의 여러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로 삼표에 이익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의선 부회장의 장인 기업인 삼표가 통행세를 받는 것인지 여부를 엄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공정경제’에 방점을 찍으며 총수일가 사익 편취를 강하게 규제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정위가 삼표와 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본격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업계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만약 공정위가 삼표와 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규명한다면 삼표의 GBC 사업 참여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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