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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경종 울린 KT 통신장애 사태, 1개월 요금감면 보상만으로 넘어갈 수 있나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8.11.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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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서울이라는 초현대적 도시에서 이번 사고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 이번 사고는 울리히 벡이 경고한 ‘위험사회’의 전형적인 사례다.”

25일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고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KT 화재 사고를 네트워크망으로 경제·사회·안보 등 모든 분야가 유·무선 통신망으로 연결된 정보기술 사회의 위험이라고 말했다. '위험사회'란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현대사회를 향해 지적한 경고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지만, 사고의 규모와 위험성 역시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25일 오후 서울의 한 상점가 ATM 기기에 장애 관련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새벽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고 하나로 서대문구·중구·용산구·마포구·은평구 일대는 물론 일산 등 주변 수도권까지 광범위하게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로 통신 핵심설비인 광케이블과 전화선이 불타면서 시민들의 유·무선 통신 장애를 넘어 서울 중심부의 통신, 인터넷, 카드결제 등이 마비됐다. 피해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들의 112 신고, 소방당국의 119 신고 시스템, 병원 응급실 연락망에도 타격을 입혔다.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스마트홈 서비스의 일상화를 목표로 한 5G 첫 송출을 일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IT 연결사회'의 치명적 민낯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안 또한 커지고 있다.

소방당국과 경찰, KT 등에 따르면 15년 만의 최대 '통신참사'로 기록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는 광케이블 등이 불에 타고, 건물 내부 300㎡가량이 불에 그을려 80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1차 합동 현장조사 이후 전문가들은 통신사업용 지하구가 500m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 등 연소방지 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된 허술한 안전규제로 16만8000 회선의 유선 선로가 지나는 통신 집중국사가 자동 소화시설이 구비되지 않은 화재사고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KT 통신구 화재사고에 앞서 발생한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사고는 발생할 때마다 대규모 통신 마비 사태로 이어졌다. 1994년 3월 10일 발생한 서울 종로 통신구 화재는 서울시내와 수도권 일대에 통신두절을 유발해 통신재난의 위험성을 알렸다. 해당 사고 이후 전화는 화재 발생 나흘만에야 복귀가 이뤄졌다.

2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에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0년 2월 18일 여의도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전기·통신 공동구를 소실시키며 사흘간 통신장애가 이어졌다. 해당 사고로 전화 3만3000회선이 소실됐고, 32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시의 주도로 공동구 소방과 보안 감시시설을 구축하는 등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2014년 자체 실태조사 결과 여전히 대다수의 통신구에서 통신·전력선 지지대 훼손, 방화재 주입 불량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통신국사는 전국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정부가 A, B, C, D 등 4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화재 사고가 발생한 아현지사는 전국의 주요 통신국사(통신망을 관리하는 거점) 가운데 D등급으로 분류됐다. 이에 오성목 KT 사장은 “KT 아현지사는 D등급으로 백업체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A∼C등급은 통신망 손상 시 백업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이원화돼 있지만 D등급은 의무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KT가 운영하는 전국 56개 통신국사 중 아현지사같은 'D등급 통신국사'는 모두 27곳으로, 전체 중 48%에 달한다. 백업시설 없는 단일 회선으로 통신 마비나 복구 장기화 등 피해가 더욱 확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 임시 복구 작업이 26일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나 완전복구에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T는 "이번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유선 및 무선 가입고객에게 1개월 요금을 감면하기로 했다"며 "1개월 감면금액 기준은 직전 3개월 평균 사용 요금"이라고 밝혔다. 이어 감면 대상 고객을 추후 확정해 개별 고지할 계획이다. 무선 고객의 경우 피해 대상지역 거주 고객을 중심으로 보상 여부를 판단한다.

이어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보상은 별도로 검토할 것"이라며 "사고 재발방지 및 더욱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T의 보상 규모는 300억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KB증권은 26일 이번 화재로 통신 장애를 입은 고객들에 대한 KT 보상 규모를 모두 317억원으로 추정했다. 김준섭 연구원은 이같이 추정하면서 “올해 4분기 KT 영업이익 추정치인 2503억원의 12.7%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 지역 이동통신 가입자가 66만명으로 추정되는 점, KT의 3분기 기준 휴대전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3만6217원임을 고려하면 무선 가입자 대상 보상액은 239억원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해당 지역에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한 가입자는 21만5000명으로 추산되며, 통상 월 2만원 요금제에 가입한 사실을 감안 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대상 보상액은 43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KT의 보상 이후 대응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 역시 이어질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통신사별로 시스템이 달라 다른 통신사에서 망을 호환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비상사태 때 망을 함께 쓸 수 있도록 개선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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