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삼성그룹이 연말을 맞아 금융 계열사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이르면 29일에 인사 발표가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을 이끄는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의 유임은 유력하다. 지난 2월 정기인사에서 현성철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비록 삼성생명이 올 3분기에서 2797억원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보다 12.7% 감소하는 등 실적부진을 거듭하지만 임기 1년도 못 채운 최고경영자(CEO)의 교체는 과하다는 게 유임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유임 후 실적을 아예 간과할 순 없지만 현성철 사장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가 또 있다. 삼성생명의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는 문제다.
당초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구설에 오르내리며 이미지가 실추된 것은 문제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엔 삼성 이미지 문제가 과거와 다르게 여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이미지 관리가 과거보다 중요해진 것은 삼성그룹 오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상황과 관련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출소해 사회적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이재용 부회장 및 삼성의 도덕적 질타는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의 도덕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사건이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가 지난 14일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이 같은 결론은 삼성그룹 도덕성 이슈에만 그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삼성물산 감리 여부 문제를 살펴보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로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생겼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 승계와 관련 있다는 합리적인 의구심과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간의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게 삼성물산 감리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리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7일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자사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에 따른 제재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문제가 소송전으로 번지면서 삼성과 금융당국이 정면으로 맞서는 형국이 됐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 계열사가 금융당국과 맞서는 상황은 그 자체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삼성 계열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성철 사장이 이끄는 삼성생명도 금융감독원과 즉시연금 미지급 논란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금감원과 삼성생명의 대립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융위원회의 갈등 못지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 논란과 관련해 “재조사를 통해 국민이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 문제에 대한 윤 원장의 해결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금감원에 맞서는 삼성생명 반발도 약하지 않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에 관한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이 금융당국과 소송전에 나서는 상황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삼성바이로로직스의 상황과 유사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민정서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성차별 채용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성차별 채용 의혹이 제기된 삼성생명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나섰지만 삼성생명이 이미 채용서류를 무단 폐기한 사실까지 드러난 상황이다.
이같은 내용은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금융권 성차별 근로감독 중간 결과’ 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설훈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 성차별 채용 의혹과 관련된 문제로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설훈 의원은 “사업주가 성차별 채용 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 채용서류를 무단 폐기한 행위는 증거인멸에 가깝다”며 “철저한 수사로 범행을 교사 또는 방조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성차별 채용에 대한 분노가 적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설 의원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유임이 유력한 현성철 삼성생명의 어깨가 앞으로 더욱 무겁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