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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단체 균열에도 보육대란 불안, ‘유치원 3법’ 병합심사가 분수령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18.12.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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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일부 사립유치원의 회계비리 사건을 계기로 제기된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법제화에 대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이른바 ‘유치원 3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집단 폐원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공개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고 나섰고, 다음날 교육부는 이를 ‘국민을 상대로 한 협박’이라고 규정하고 강경 대응방침을 밝혔다.

경기도 용인의 한 사립유치원이 11월 29일 일방적 폐원을 통보해 논란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한유총이 ‘유치원 3법‘에 대한 반발이 집회로 본격화된 이날 경기도 용인에서 원생 185명 규모로 운영돼 온 한 사립유치원은 일방적으로 학부모들에게 폐원을 통보했다. 사립유치원은 폐원을 신청하기에 앞서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원생 전원에 대한 배치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 유치원은 학부모 간담회를 지속해서 거절하고 비정상적인 원생 배치계획을 제시해 논란이 됐다.

교육청이 중재에 나섰지만 한유총이 ‘유치원 3법’ 저지를 위해 사립유치원들의 추가 폐원을 경고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폐원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어 학부모들의 ‘보육대란’ 불안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한 '박용진 3법'을 당론으로 정해 발의한 지 한 달여 만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1월 마지막날 함진규 정책위의장, 국회 교육위원회 한국당 위원들과 함께 자체적으로 마련한 ‘유치원 3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한국당까지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국회 교육위원회는 오는 3일 ‘박용진 3법’과 한국당 개정안 등 두 안에 대한 병합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의 사립유치원 비리문제 해결방안은 확연히 결이 달라 정치권에서도 공방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제고 부분에서 뚜렷히 엇갈렸다. 민주당은 보조금·학부모지원금(누리과정지원금)·학부모부담금 등을 국가지원회계에 포함하면서 시설사용료 지급에 불가 입장을 반영한 반면, 한국당은 자체개정안을 통해 사립유치원 회계를 별도로 설치해 학부모부담금에 대한 회계 기준을 완화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유치원 3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의 자체개정안 발표 이후 박용진 의원은 "시행령으로 충분한 내용을 입법 처리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선 법안심사 과정서 따져보겠다"면서도 사립유치원의 모든 회계를 일괄적으로 에듀파인 기준에 맞게 관리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사립유치원 비리 해결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은 정치권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사립유치원 단체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련)는 한유총과 달리 교육 당국의 제안을 조건부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전사련 관계자는 민주당과의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해 "국가회계관리 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이나 원아모집 시스템인 처음학교로의 참여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사립유치원 비리 방지 3법'에 결사 저지 방침을 유지해온 한유총은 내부에서도 일부 분열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전국 16개 소속 지회 중 두 번째로 큰 서울지회가 한유총의 '사립유치원 비리방지 3법 통과 시 폐원하겠다'는 방침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유총 서울지회임 전·현직 임원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의 면담에서 "서울지회는 아이들을 볼모로 잡으면서까지 강경하게 나가지 않겠다"며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와 회계 투명성 확립을 위한 서울시교육청과의 협상테이블에 언제든 응하겠다. 유아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학부모 불안을 일으키는 요소는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회의 에듀파인 조건부 수용은 그동안 집단 폐원을 주장해 온 한유총연합회와는 다른 입장이다.

이에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지회는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이기 때문에 지회의 결정에 대해 총연합회가 개입할 권한이 없다"면서도 "다만 특정 지회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차원에서 내린 결론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면 다른 지회의 반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영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부장(오른쪽)이 11월 3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면담을 통해 한유총의 '집단 폐원'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유총의 집단폐원 선언을 '국민을 상대로 한 협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립유치원 집단폐원 입장에 대한 범정부 대응방침’을 밝혔다.

한유총이 개최한 대규모 집회에 학부모 강제동원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해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와 원아모집을 일방적으로 연기·보류한 사립유치원 120곳에 대한 즉각적인 행정지도 및 감사를 예고했다.

여야가 유치원 3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한유총과 전사련은 다른 길을 택했고, 한유총 내부에서도 교육 당국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온건파'가 등장한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사립유치원 집단 폐원에 대한 강력 대응을 공식화하면서 유치원 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유치원 3법'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길어질수록 실제로 피해를 보는 쪽은 원생과 학부모일 수밖에 없다. 교육 당국이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유치원 단체들이 교육기관의 책무를 우선시함으로써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유치원 3법’ 병합심사가 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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