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효율·디지털전환 '3박자' 원격제어...포스코이앤씨가 앞당기는 스마트건설 시대

2025-11-11     유영훈 기자

[업다운뉴스 유영훈 기자] 비와 돌풍이 몰아치는 외딴 섬의 도로 공사 현장. 거센 바람에 흙먼지가 휘날리는 가운데 전조등을 켠 굴착기가 묵직한 엔진음을 내며 땅을 파헤친다. 하지만 조종석에는 아무도 없다. 운전석에 있어야 할 조종사는 300km 떨어진 실내 조종실에서 레버를 조작한다.

조종사는 여러 대의 모니터를 주시하며 손끝으로 섬세하게 장비를 제어한다. 붐이 오르고 버킷이 흙을 퍼 올리며 거친 땅은 평탄하게 다져진다. 현장의 소음은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고 굴착기의 시야는 실시간 영상으로 모니터에 투사된다. 조종사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악천후 속 공사를 이어간다.

스마트건설의 핵심인 ‘무인화’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조종사는 위험한 현장을 벗어나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장비를 다룬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는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원격제어 굴착기 실증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현장 안전과 작업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적 선택임을 입증했다.

■ 원격제어 굴착기, 도서·산간 현장 안전성과 효율성 검증

굴착기의 원격제어 기술 개발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돼 왔다. 본격적인 전환점은 ICT(정보통신기술)가 산업 현장과 융합되면서부터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특성을 지닌 이동통신은 원격제어 생태계 구축의 기반이 됐다. 데이터 처리 용량은 기존보다 100배 이상 늘고, 속도는 20배 빨라졌으며, 1㎢ 반경 내 최대 100만 개 기기가 동시에 연결될 수 있다. 시속 500㎞로 이동 중인 기기와도 끊김 없이 통신이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2022년 발표한 ‘ICT 기술수준조사’에 따르면, 미국을 100%로 봤을 때 한국의 평균 기술 수준은 90%로 일본(88.6%)을 앞서며 주요국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건설기계(굴착기 포함) 생산·판매 규모 역시 독일과 스웨덴에 이어 2023년 기준 세계 6위 수준이다.

이처럼 한국은 원격제어 기술과 상용화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2018년 HD현대인프라코어(HD현대사이트솔루션 자회사)는 세계 최초로 중국 상하이에서 인천공장 굴착기를 88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는 국가 간 시연을 선보였다. 당시 회사 오너가 직접 조종석에 앉아 장비를 운용하며 기술의 가능성과 상용화 잠재력을 입증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의 통화에서 “2018년 이후에도 꾸준히 원격제어 관련 기술 개발과 시연을 이어오고 있다”며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AI와 I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건설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떨어진 안전한 조종석에서 모니터를 통해 굴착기를 원격 조종하고 있는 모습.[사진=포스코이앤씨 제공]

이러한 기술적 토대 위에서 포스코이앤씨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함께 국내 최초로 굴착기 원격제어 현장 실증에 성공했다. 실증 장소는 여수 화태–백야 도로건설 1공구(월호도 구간)로 암반 굴착이 많고 풍랑 등 기상 악화로 월평균 5일 이상 공사가 중단되던 구간이다. 인력 접근이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이라는 점에서도 실증 의미가 크다.

포스코이앤씨는 통신 인프라 구축과 운영 프로세스 설계, 경제성 분석을 맡았으며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원격제어 굴착기와 조종 시스템을 개발·제공했다. 실증 장비는 원거리의 조종실에서 실시간 제어가 가능하고, 360도 어라운드뷰 카메라와 접근 감지 레이더, 안전 경고등 등 첨단 안전장치를 갖췄다. 통신이 불안정할 경우 자동 정지되며, 장애물이 감지되면 즉시 작동을 멈추는 시스템도 적용돼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실증으로 기상 변수에 따른 공사 지연을 최소화하고 장시간 진동·소음에 노출되는 작업자의 피로도를 크게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 스마트건설·디지털 전환의 분기점, 무인화 전환 가속화

이번 실증은 단순한 기술 테스트를 넘어 스마트건설 시대를 준비하는 전략적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안전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원격제어 굴착기를 활용하면 도서·산간 지역에서도 공사가 가능해져 접근이 어려워 발생하던 공사지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작업자가 붕괴나 낙하, 폭발 위험이 있는 현장에 직접 진입하지 않아도 장비를 운용할 수 있어 인명 피해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불, 지진, 홍수 등 재난 복구 현장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아 ‘안전 중심 스마트건설’ 실현을 앞당길 기술로 평가된다.

또한 작업 경제성 측면에서 개선 여지가 크다. GPS와 영상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정밀 제어가 가능하며 숙련된 조종자가 한 곳에서 여러 대의 장비를 원격으로 운용할 수 있다. 악천후나 야간에도 조작이 가능해 현장 가동률을 높이고 위험 지역에 인력을 상주시킬 필요가 줄어 인건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장비 과부하나 손상을 방지해 유지보수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실증 결과를 토대로 원격장비 운영 매뉴얼을 정립하고 국토교통부의 스마트건설 표준시방서 반영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건설 산업 전반의 무인화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내 최초 원격제어 굴착기 실증으로 도서·산간 현장의 시공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해법을 확인했다”며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협력을 강화해 건설현장의 무인화를 앞당기고 스마트건설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실증은 원격제어 굴착기의 안전성·경제성·디지털 전환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장비는 악천후나 접근이 어려운 현장에서도 원격 조작이 가능하며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공사 효율을 높이는 기능을 갖췄다. 이러한 기술적 진전은 스마트건설 구현과 건설장비 자동화의 기준으로 작용하며 정부의 안전 중심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실증을 계기로 국내 건설산업의 무인화와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