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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너머까지 청소년 유혹하는 담배광고 방치된다면?

  • Editor. 김기철 기자
  • 입력 2019.03.3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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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기철 기자] 담배판매량이 줄어들고 흡연율도 감소 추세에 있지만 청소년흡연율은 오히려 증가세다. 2년 전 국내에 출시된 궐련형전자담배의 인기 속에 담배 광고전쟁도 치열해진 가운데 청소년을 유혹하는 학교 주변 담배광고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담배판매량은 2억3550만갑으로 1년 전보다 9.8% 감소했다. 담뱃값이 오르기 전인 2014년 2월보다 14.1% 줄어들었다. 지난 1월에 비해서는 19.3%나 감소한 판매량이다.

이렇듯 담배판매량에서 담뱃값 인상 등 정부의 금연정책 효과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34억7000만갑이 팔려 전년보다 1.5% 줄었고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과 비교해서는 20.4%나 감소했다. 19세 이상 흡연률에서도 2014년 24.2%에서 2017년 22.3%로 줄어들었다.

담배시장의 광고전은 그만큼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2017년 5월 국내에 진입된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비중이 12.5%까지 높아지면서 궐련 담배의 생존전략은 담배판매점 내 브랜드알리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을 선점한 궐련형 전자담배 업체들도 미국 전자담배시장 1위의 액상형 전자담배의 상반기 국내 상륙 예고로 잔뜩 긴장하는 터라 담배전쟁은 판매점 내에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에 우리 청소년들이 담배광고에 더 큰 유혹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청소년흡연율은 2016년 6.3%, 2017년 6.4%, 지난해 6.7%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현재 청소년들이 담배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실태는 어느 정도일까.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지난해 9∼10월 서울 시내 학교 200곳의 교육환경보호구역(학교 주변 200m 이내)에 위치한 담배소매점 1011곳에서 청소년 담배광고 노출실태를 조사해 지난 25일 발표한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조사 결과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 소매점은 평균 7곳이었고 가장 많게는 27곳으로 나타났다. 담배 소매점 유형은 편의점(49.7%), 일반마켓(32.4%)으로 크게 대별되지만, 아동과 청소년의 출입이 잦은 가판대, 문구점, 서점 등에서도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담배 소매점 10개 중 9곳(91%)이 담배광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매점당 담배광고물 개수는 평균 22.3개로 1년보다 7.6개 늘어났는데, 그 중 편의점에서는 전년보다 무려 8.9개 많은 33.9개를 게시했다. 편의점의 경우 2년 전 20.8개와 비교하면 62.9%나 증가했다.

담배광고 내용은 '풍부한 맛, 부드러운 목넘김', '쿨하게 샷하라', '색다른 시원한 맛' 등 담배의 맛, 향 등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이 많았고, 청소년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동물그림을 넣거나 유명 영화 캐릭터 디자인을 전자담배 기기 등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담배 진열대 주위로 세련된 디자인과 화려한 색상으로 배치된 담배광고는 홍보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교생을 설문조사한 결과, 54.2%는 일주일에 3회 이상 담배소매점을 이용했는데, 그중 85.2%는 담배 광고를 본 경험이 있었다. 10명 중 7명(69.1%)은 1개 이상의 담배상표(브랜드)를 인지하고 있었는데, 5개 이상의 브랜드를 알고 있는 경우도 12.4%에 달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담배 소매점 밖에서도 형형색색의 담배광고가 눈에 잘 띄는 점이다. 현행법에서는 담배 소매점에서 외부를 향해 담배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실제 운용은 너무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외부 노출의 의도성 여부로 법 위반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외부를 향해 광고물을 붙이는 것은 불법이지만, 담배 진열대나 계산대 주변에 설치된 광고가 유리창을 통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담배 자체는 규제 대상이지만 담배를 끼워 피우는 기기는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아니어서 광고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더욱이 편의점 등 담배소매점주 절반 이상(58.1%)은 '담배광고를 하는 경우 외부를 향해 광고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조차 모를 정도로 법령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담배광고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담배광고물이 소매점 밖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담배 소매점주 대상 교육 때 관련 법령을 충분히 인지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담배소매점 내 담배광고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그래도 담배소매점주 10명 중 3명(31.3%)은 '담배소매점 내 진열된 담배와 담배광고가 청소년의 흡연 호기심을 유발하는 데 영향을 준다'고 답했고, 10명 중 7명 이상(77.2%)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담배소매점에서 담배광고를 금지하는 정책 추진에도 찬성했다.

이렇듯 담배 파는 소매점주들도 청소년 흡연을 유발하는 담배광고의 제한적인 규제에 공감을 표시하지만, 김승희, 진선미, 김영진, 김수민 의원 등이 발의한 4개의 담배소매점 내 담배 광고‧진열 금지 관련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먼지만 쓰고 있는 상태다.

담배의 소비와 흡연 폐해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동 대처하기 위해 2005년 발효된 국제협약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라 이번에 진행된 조사에서 담배소매점 내 담배진열과 담배광고에 청소년들이 노출되는 정도가 우려할 만한 상황인 것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의 금연정책에서 청소년들이 사각지대에 더는 방치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학교 주변 담배 광고 및 진열 금지 법안 개정안과 아울러 전반적인 담배광고에 대한 제도적 점검과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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