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강한결 기자] 국회 정상화를 놓고 여야의 합의점 찾기가 미로에 빠진 가운데 두 가지 논란으로 정국 경색이 더 짙어지고 있다.
1·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의 비공개 회동을 '국정원 총선개입'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내용 유출을 중대한 국가기밀 누설이라고 규정하면서 평행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양정철-서훈 회동 논란에 대해 "온갖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장이 대통령의 측근 실세를 만나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을지 가히 짐작된다"며 "국정원장이 여당 실세와 밀회한 것은 최대의 정보 관권선거가 시작된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이날 당 회의에서 "총선 10개월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장이 여당의 총선 전략을 책임지는 대통령 최측근과 장시간 만난 것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시비를 자초하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국정원의 총선개입 의혹을 부를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서훈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당국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바른미래당은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양정철 원장과 서훈 원장의 회동을 단순한 '사적인 만남'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두 분이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적으로 만난 것은 만난 것인데 왜 자꾸 불필요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지) 오히려 그것이 이상하다"며 "그런 사안까지 정보위를 할 사안은 아니다"고 맞섰다.
야당의 거센 공세에 민주당은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내용 유출 건으로 역공을 취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강효상 의원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한미정상의 신뢰를 훼손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이날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한 주미대사관 외교관 K씨와 외교기밀 유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강효상 의원을 형사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역시 지난 24일 당 차원에서 강효상 의원을 고발한 바 있다.
이에 한국당은 외교부가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야당 의원을 탄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강(경화 외교) 장관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야당 죽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적반하장격인 강 장관을 교체하는 것이 외교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이후 국회 파행은 장기화하고 있다. 여야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물밑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양정철 원장과 서훈 원장의 비공개 회동, 강효상 의원의 정상통화 공개 논란으로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