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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혁신'으로 글로벌 LG 반석 다진 구자경 명예회장, 마지막도 소탈한 영면

  • Editor. 백성요 기자
  • 입력 2019.12.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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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백성요 기자]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발인식은 영결식 없이 간소하게 비공개로 치뤄졌다. 지난 14일 향년 94세를 끝으로 숙환으로 별세한 구 명예회장은 1970년 LG그룹 2대 회장으로 취임해 25년간 '도전과 혁신'을 주도하며 그룹을 이끌어 글로벌 기업의 반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17일, 구 명예회장의 비공개 발인식에는 아들 내외, 딸 내외, 직계 손주, 구씨·허씨 친척들 순으로 자리해 묵념과 추도사,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구자열 LS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허승조 태광그룹 일주 학술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지켰으며, 평소 인연이 깊었던 이문호 LG공익재단 이사장(전 연암대 총장)이 추도사를 했다.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빈소 [사진=LG그룹 제공]

이문호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회장님은 곧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를 쓰신 분이요, LG의 역사이셨습니다"라며 "LG의 20만 임직원이 가슴에 새기고 있는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 존중의 경영'이 바로 회장님의 경영사상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장님은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큰 별이셨습니다. 상남(上南) 구자경 명예회장님!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구 명예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구 명예회장은 부친 구인회 창업주와 함께 20대때부터 LG를 이끌었다. 1969년 구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며 1970년 럭키금성그룹(현 LG그룹) 회장을 맡아 1995년까지 25년간 그룹의 총수를 지냈다.

만 70세 때는 스스로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장남인 고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을 맡겼다. 이는 국내 최초의 '무고(無故) 승계'로 기록됐다. 

이후에도 구 명예회장은 일절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후학을 양성하고,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등 소탈한 삶을 보내 여타 재계 인사들의 귀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자경 명예회장(왼쪽)과 고 구본무 회장이 담소하고 있는 모습 [사진=LG그룹 제공]

구 명예회장 취임 당시인 1970년 LG그룹은 매출액 260억원 수준이었으나, 그가 경영에서 물러난 1995년에는 30조원대로 약 1150배 성장을 이뤄냈다. 

'강토소국 기술대국'의 신념 아래 연구개발에 매진했고, "국민 생활 윤택하게 할 제품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보자"며 최초의 기업 중앙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재임 기간 동안 설립한 연구소만도 70여 개에 달한다. 19인치 컬러TV, 공냉식 에어컨, 전자식 VCR, 슬림형 냉장고 등 국내 최초의 가전 제품들이 그의 주도 아래 탄생했다. 

1970년 11월, 구 명예회장(테이블 앞줄 오른쪽)이 금성통신 창사 1년만에 독일 지멘스를 비롯해 독일해외개발공사와 일본 후지전기 등 3개국 4개 회사가 제휴한 '통신전기기기 제조판매 수출사업을 위한 합작투자 기본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취임 첫 해에 민간기업 최초로 락희화학을 기업공개하며 투명경영에도 앞장섰고, 전문경영인 중심의 '자율과 책임경영' 체제를 도입하고 고객중심 경영이념을 발표하는 등 혁신을 통한 경영 선진화에 큰 획을 그었다. 1987년에는 어지러운 시국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계의 위상을 높였고, 인재 육성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LG그룹 인재 육성의 요람인 '인화원'을 개원했다. 

구 명예회장의 업적은 그의 어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1987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특강에서 구 명예회장은 "미래지향적인 생각 없이는 모든 인간사의 발전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며 "특히 기업경영에서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불굴의 도전과 개척정신은 바로 미래지향적인 진취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됨은 물론이거니와 현재에 안주해서도 안된다. 미래를 향해 전력을 다해 뛰는 것이 바로 기업활동이다"라고 덧붙였다. 

저서 '오직 이 길 밖에 없다'에서는 "초창기부터 오늘날까지 우리 그룹은 개척자적 의지로 국내에 불모지였던 화학과 전기, 전자, 에너지 산업을 선도해 왔으며, 이를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리더라 하면 일하는 모든 사람이 바라는 이상적인 목표, 신들린 듯 끌려들게 하는 꿈, 즉 비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라며 "리더의 비전은 깃발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5년 신년 시무식을 기해 그룹 명칭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꾸고, 새로운 심벌마크를 제정하는 등 그룹의 CI를 발표했다. [사진=LG그룹 제공]

구 명예회장의 빈소에는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방문해 애도했다. 

정치권에서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이 빈소를 찾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조화를 보냈다. 특히 이낙연 총리는 페이스북에 "회장님께서 1980년대 정부청사 뒤편 허름한 음식집에서 일행도, 수행원도 없이 혼자서 비빔밥을 드시던 소박한 모습을 몇 차례나 뵈었다"라며 "회장님의 그런 풍모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라는 추모글을 올렸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부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사장단 30여명과 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 노기호 전 LG화학 사장 등 과거 함께 일했던 LG 출신 인사들이 고인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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