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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심' 전한다는 영상에 댓글 차단한 남양유업, 오히려 불매운동 부추겨

  • Editor. 백성요 기자
  • 입력 2020.02.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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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백성요 기자] 대리점 갑질, 오너 일가의 병역비리와 마약 사건, 건설사 리베이트 등 온갖 구설수에 휘말렸던 남양유업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마음을 고객들에게 알리겠다며 제작한 유튜브 영상에 댓글 기능을 차단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이 반성은커녕 진심을 강요하는 또다른 '갑질'을 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남양유업의 '진심' 시리즈 영상 중 '남양의 진심을 만난 사람들(오남철 사장님 편)' 캡처. [사진=유튜브 남양유업 채널 동영상 캡처]
남양유업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 적용된 댓글 차단 기능 [사진=유튜브 남양유업 채널 캡처]

18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광고, 홍보용 영상 모두에 댓글 차단 기능이 설정됐다. 심지어 진심 광고로 불리는 '남양의 진심을 만난 사람들' 시리즈 영상에조차 시청자들은 댓글을 달 수 없다. 

남양유업이 소통창구로 내세우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자사 뉴스룸에서조차 댓글 기능은 없다. '소중한 의견' 란에 메세지를 적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게시판이 아닌 본사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공식적인 남양유업 고객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이 다른 소비자들의 의견을 보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은 "이 광고가 신기한게 왜 남양을 불매했더라 한 번 더 되뇌이게 만들었다", "갑질의 결말은 폭망이라는 거 확실히 알게 해야 한다", "스스로가 떳떳하고 자신있으면 행동으로든 뭐든 보여줘야지~그딴 꼼수 쓰지 말고" 등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남양유업의 광고를 지적하는 유튜브 영상도 쉽게 검색된다. 

남양유업의 자체 뉴스룸 온라인 홈페이지 중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소중한 의견' 메뉴. 게시판 형식이 아닌 이름과 이메일을 입력해야 하는 전송 방식을 택했다. [사진=남양유업 뉴스룸 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남양유업은 지난해 12월 9일부터 '남양의 진심을 만난 사람들' 시리즈를 유튜브 광고로 내보냈다. 12월 10일부터는 남양의 진심을 알리겠다며 '남양뉴스룸'을 개설했다. 지난해까지는 유튜브 영상을 보는 사이에 노출되는 광고를 진행했지만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영상을 제작하고 광고한 것은 자사의 '남양뉴스룸'으로의 고객 유입을 위한 것"이라며 "그간의 지적을 해소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뉴스룸을 개설하고 많은 고객분들에게 진심을 알리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뉴스룸 개설 당시 남양유업은 "2013년 이후 회사는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받고 문제점을 시스템적으로 개선해 모범적인 상생관계를 이어왔지만, 정작 고객을 향해 우리의 진심을 전달하는데 서툴고 부족했다"며 "아직도 온라인상에 갑질, 여직원 부당대우, 로고 가리기 등 잘못된 사실이 무분별하게 퍼져있어 뉴스룸을 통해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고객의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세간의 오해에 대해 해명하겠다면서도 고객들과의 소통 창구를 차단한 셈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 재고 부담을 이유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을 대리점주에게 밀어넣기로 납품한 것이 알려지며 '갑질'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해 4월에는 창업주인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손녀 황하나 씨의 마약 스캔들에 홍역을 치렀다. 황씨 개인의 일탈로 밝혀졌고 황 씨의 가족들은 남양유업의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밖에도 홍원식 회장의 조세포탈 의혹, 홍 회장 가족 회사인 광고기획사에 일감몰아주기 논란, 홍 회장 장남의 병역비리 사건 등 남양유업과 오너 일가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홍 회장의 조세포탈 의혹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차명주식과 관련해서는 금융위 보고 위반으로 벌금이 부과됐다.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의 각종 논란에 불매운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 등에는 남양 제품이지만 '남양'이란 글자가 없어 알아보기 어려운 제품을 공유하는 글이 수시로 게재된다. 

갑질 논란이 있었던 2013년부터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2012년 637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13년 175억원, 2014년 261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2016년이 돼서야 영업이익 418억원의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듬해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하며 약 87% 줄었다. 지난해에는 경쟁사인 매일유업에 업계 2위 자리를 뺏겼다. 2013년 5월 110만원 수준을 유지하던 주가는 현재 40만원 수준에 머무른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 사건 이전에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지속될 것이란 인식이 없었는데 남양유업의 사례를 보고 경쟁사들이 긴장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남양유업이 진심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한다면 오랜 시간에 걸친 꾸준한 자정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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