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 학기 동안 전국 대학에서 비대면 수업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서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시키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야당인 미래통합당 역시 등록금 부담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나섰다.
방식과 재원 마련 방안이 문제가 되자 나라 곳간지기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학등록금 반환 문제를 정부 지원으로 해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등록금 반환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청와대 김연명 사회수석 등은 17일 국회에서 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와 관련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육위 간사인 박찬대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추경 과정에서 증액할지, 증액한다면 어느 규모로 할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특히 3차 추경안에 등록금 관련 예산을 반영하는 방안과 관련해 박 의원은 "추경 과정에서 증액을 할 것인지, 증액을 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로 할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어서 확정된 숫자를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여당 교육위원들이 추경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빠른 시간 내에 분명한 입장을 갖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해찬 대표도 교육부, 대학, 학생의 3자 공식적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청년층 공략을 위해 대학 등록금 일부 반환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지역 원외위원장들과 오찬 자리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대학가가 온라인강의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사실상 사이버대학임에도 등록금은 그보다 훨씬 많이 받고 있다"고 짚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참석자들은 "등록금을 줄여줘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취지였고, 등록금 일부 반환 방식 등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원 구성 논란이 사그라들 즈음에는 별도의 등록금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선 비싼 등록금을 내고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는 불만이 커졌다.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지금 교육부는 바빠서 학생들을 만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 등록금 반환 정말 어려운 걸까요?'를 포함해 지난 3월 이후 약 20건의 등록금 반환 요구 청원이 올라와 있다.
각 대학 학생회를 중심으로 집단 행동이 이어지자 지난 15일 건국대학교가 처음으로 등록금 일부 환급을 결정했다. 등록금 환불을 둘러싸고 일부 대학들은 학생회 측과 논의하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대학은 부정적 입장이다.
문제는 등록금 반환 방식과 재원 마련이다. 민주당과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등록금 환불 대책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3차 추경 예산안에 등록금 지원 예산 1900억원을 책정했지만, 기재부가 이를 삭감했다.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에 이어 이번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민주당 김경협 의원의 질의를 받고 "등록금 반환 문제는 등록금을 수납받은 대학이 자체적 결정할 문제"라면서 "많은 대학이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지원대책을 마련한다는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창구가 있고 이런 틀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등록금 반환을 정부의 재정으로 커버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역시 등록금 감면이나 반환은 각 대학이 결정할 사안으로 정부가 주체가 될 수 없다며 학생 직접 지원에는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