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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성 주주 등쌀에 속타는 제약사, 서로에게 인내가 필요할 때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0.12.04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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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업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제약기업 IR팀에는 주주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발신인은 대부분 주식투자자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회사 측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을 시작으로 경쟁사와의 비교, 뉴스 노출현황 브리핑을 요구한다. 주가가 내려갔다며 회사를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거나, 전 재산을 투자했으니 주식이 오르지 않으면 폭력 행위도 불사하겠다는 등 위협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의 모니터에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 관련 뉴스가 띄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중 은행 딜링룸의 모니터에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 관련 뉴스가 올라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벨 소리만 들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주의 욕설에 직원이 눈물을 흘렸다" 등 제약회사 직원들의 안타까운 하소연이 꼬리를 문다.

극성 주주들의 집단행동은 회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 일명 '안티'와 '찬티'로 불리는 이들이 정보왜곡 등 가짜뉴스를 양산해 시장 혼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주가가 하락하길 바라면서 비관적인 전망만 늘어놓는 안티 세력과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긍정적 전망을 전시하는 찬티 세력이 뒤섞여 자신들의 입맛대로 정보를 재생산하고 있다"며 "경쟁사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기 위해 외국 자료를 찾아와 언론사에 제보하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주식 대중화와 함께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투자자들을 현혹한다거나, 거짓 정보를 흘려 타인을 속이는 것은 주가조작에 해당할 수도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

불타는 '급등장'을 경험한 주주라면 지지부진한 그래프가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이 주주 가치 극대화를 목적으로 경영해야 하는 것처럼 주주의 투자도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제약사들이 주주의 등쌀에 떠밀려 구체화하지 않은 성과를 과장 홍보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가치를 갉아먹는 행위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에 국내 제약기업들은 수많은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일명 '재료'를 달굴 '장작'들이었다. 문제는 기사의 내용이 불과 한 달 전, 일주일 전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설익은 자료와 중의적 표현으로 진행 상황을 과장되게 포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시장도 주주도 기업의 움직임을 공수표로 취급한다. 이후 어떠한 결과가 나왔을 때 임상 실패나 수익성 검토에 따른 연구개발 취소 가능성은 고려되지 않고, 기업과 경영진이 쏟아낸 말 하나하나가 '주가 부양용' 허풍이 돼버리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약·바이오 산업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은 외려 독이 될 수 있다. 차트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단 자신의 투자 결정 근거를 점검하고, 합리적 범위 안에서 기업에 경영상황 공개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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