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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해 보험업계 화두가 된 '제판분리'...불완전판매 대비책 마련이 우선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1.01.0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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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2021년 보험업계의 화두는 단연 '제판분리'다. 이는 보험사는 상품 개발과 자산운용을 전담하고, 상품 판매는 자회사인 법인보험대리점(GA)이 맡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이은 저금리 시대를 맞은 보험사들이 경영전략도 저비용 고효율로 전환하면서, 판매를 전담할 자회사형 GA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제판분리는 지난해 12월 1일 미래에셋생명이 전속 설계사 3300여명을 자회사형 GA로 보내고 판매 채널을 분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업계 2위 한화생명도 같은달 18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올해 4월 1일 개인영업본부 산하 보험 모집 및 지원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칭)를 신설을 결정했다. 기존 한화생명 개인영업본부 산하 임직원 1400여명과 전속 보험설계사 2만여명이 새 회사로 이동할 예정이라 초대형 GA가 되는 셈이다.

보험업계의 새해 화두는 '제판분리'다. [사진=연합뉴스]

이들 두 보험사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할 경우 보험업계의 자회사형 GA 설립과 제판분리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제판분리 움직임은 앞서 밝힌 코로나19 사태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경영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최선의 카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보험사들이 전통적인 구조인 전속 설계사의 제한된 보험상품 판매에 의존하는 것보다 다양한 상품을 다룰 수 있는 GA에게 판매를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실상 타 GA들이 급성장하면서 설계사들의 이탈이 가속화하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며 "올해 7월부터는 설계사들에게 고용보험이 적용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은 불안감으로 점철돼 있다. 한화생명이 제판분리를 선언한 후 한화생명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통해 제판분리 추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제판분리가 기존 직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이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의 경우에도 직접적인 GA 자회사 설립은 아니지만 GA 경영 전략 발표로 인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삼성화재는 노조로부터 GA법인대리점 가입설계지원업무를 전담하는 계약직과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특수고용직 계약관계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B손해보험 노조 또한 GA프런티어 지점장 제도를 두고 "지점장 대상자들에게 부당전보를 통한 희망퇴직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신임 사장의 새해 첫 출근을 저지하기도 했다. KB손보 관계자는 "GA프런티어 지점장 제도는 정규직 직원을 개인사업자 형태인 위촉직으로 바꾼 뒤 대리점을 맡기는 제도로 이미 2018년부터 도입된 것이고 강제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사 갈등은 정직원의 특수고용직 전환에 따른 '일자리 상실'의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단순한 기우로만 치부할 순 없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보험산업 제판분리 논의배경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보험사의 전속영업조직 분리 검토는 보험영업 환경변화와 보험모집 관련 제도 변화에 기초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보험시장의 경쟁 심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금융상품 판매자책임 강화 추세 등으로 제판분리 현상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제판분리 추진 시 내부통제 구축과 소비자보호 관련 규제비용에 대한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상품특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판매자 교육을 강화하거나 별도 자격요건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험업계가 불황 타개를 위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의 재정비를 꾀하는 것은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부 조직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소비자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선행돼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업계의 제판분리 움직임을 주시하고 자회사형 GA의 불완전판매 위험에 대한 책임문제와 소비자 보호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서둘러야 한다. 변화의 파고는 철저한 대비책 없이는 헤쳐나갈 수 없고, 혁신의 기회로도 살릴 수 없다는 점을 새겨야 할 새해 벽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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