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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때늦은 M&A 규제완화...트라우마에 발목 잡힌 저축은행의 미래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1.02.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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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올 들어 2금융권 저축은행의 숙원이었던 인수합병(M&A) 규제 완화가 현실화했다. 최근 몇 년새 저축은행업계는 위축됐던 업황이 회복세를 보였다.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을 거점으로 한 대형 저축은행 중심으로 쏠리는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M&A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금융당국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올해 들어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금융환경 변화 속도가 빨라져 너무 때늦은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금융산업국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사회에 필요한 유동성이 공급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 금융이 위축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서울지역이 아닌 저축은행간에는 건전경영, 법규준수 등 요건을 충족하면 영업구역이 2개까지 확대되는 합병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요체다. 아울러 합병 전·후 기준 규제비율 이상의 자기자본비율(BIS) 비율 달성, 최근 3년간 제재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를 발표했지만 저축은행업계는 때늦었다는 반응이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같은 금융위 발표에 너무 때늦은 결정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당초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지난해 3분기에 '저축은행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M&A 규제 완화 방안을 포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막상 규제 완화 방안은 해를 넘겨 발표됐고, 규제 완화 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한 지방 저축은행 관계자는 “규제 완화 전 저축은행은 다른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고, 동일 대주주는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점을 개정할 필요성에 대한 의견 개진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23개 저축은행 평균 당기순이익 191억원)을 제외한 지방 저축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평균 순수익이 10억대 내외에 그치고 있어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방 저축은행들은 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그간 M&A 규제로 인해 사실상 인수가 어려웠다.  

이 관계자는 “정작 규제 완화 후에도 인수는 힘들 것”이라며 “현재 2개 이상 영업구역을 소유한 대형 저축은행과 4대 금융지주 저축은행은 다른 저축은행 인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저축은행들이 실적 악화와 어려운 인수자 찾기 때문에 이번 규제 완화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반면, 대형 저축은행들은 전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과 빅테크 플랫폼의 진입으로 인해 M&A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 후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 후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들은 지난해만 해도 오랜만에 찾아온 호황에 규제 완화를 통한 M&A를 기대한 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빅테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은행들과 대형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과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저축은행 간 M&A가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왔다"고 밝혔다.

결국 매물로 나온 지방 저축은행들에 대해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 저축은행들이 관심을 가지기 힘든 환경이 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M&A 규제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렇듯 때늦은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안을 발표한 것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당국은 저축은행 인수전에 대부업체와 사모펀드가 끼어들거나 저축은행 대형화의 여지를 주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과정들을 따져봤을 때,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계의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미래를 잃을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오기 전에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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