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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통가 컬래버 마케팅, 유머와 오버 사이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1.02.2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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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유통업계가 이색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특수를 누리고 있다. 소비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Fun+Consumer)'가 늘면서 이종 간 협업이 낯설지 않은 때다. 하지만 식품업계가 가장 중시해야 할 '안전'을 경시한 제품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편의점 CU는 곰표밀가루가 함께 컬래버레이션 유니버스(세계)를 구축했다. 곰표 팝콘을 시작으로 나쵸, 밀맥주, 빼빼로기획세트, 주방세제에 화장품까지 선보이며 말그대로 '뽕'을 뽑았다. 

편의점 CU와 곰표밀가루가 선보인 컬래버레이션 제품 [사진=CU 제공]
편의점 CU와 곰표밀가루가 선보인 컬래버레이션 제품. [사진=CU 제공]

협업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협업 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앞서 출시한 상품의 매출도 더불어 상승하는 수혜를 누렸다. 곰표 밀맥주보다 1년 먼저 출시됐던 곰표 팝콘은 맥주가 출시된 지난해 6월부터 매출이 역주행했고, 곰표 민트젤리는 등장과 동시에 젤리 카테고리 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사측에 직접 컬래버레이션 아이디어를 제안할 만큼 호응도 높았다. 

허나 모든 시도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GS리테일은 문구기업 모나미와 손잡고 '유어스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2종을 출시한 뒤 온라인서 뭇매를 맞았다. 문구사 아모스 딱풀과 흡사한 모양의 ‘딱붙캔디’를 판매하는 세븐일레븐과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해 `말표 구두약’ 컬래버 상품 6종을 출시한 CU 또한 마찬가지다. 

일부 소비자들은 먹어선 안 되는 화학약품 첨가 브랜드와 식품 브랜드가 컬래버레이션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음료인 줄 알고 매직잉크를 빨아먹거나 초콜릿인 줄 알고 구두약을 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GS리테일이 모나미와 선보인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음료' [사진=GS리테일 제공]
GS리테일이 모나미와 선보인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음료' [사진=GS리테일 제공]

업계 안팎에서도 마케팅 전환 없이 즉각적 매출 증대만을 노린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회비용을 따져 안전의식을 고려하기보다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먹을 수 있는 제품과 먹어선 안되는 제품을 엮어 파격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서 신규 브랜드를 론칭해 홍보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그러나 파격적인 이종 간 협업은 소비자에게 쉽게 각인되며, 재미 요소를 갖춘 상품은 기업이 홍보하지 않아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탈수 있다. 

이같은 논란에 공급 업체 측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아동 소비자가 식품과 매직과 딱풀, 구두약 등을 착각해 섭취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해당 제품들은 엄연히 먹는 음식으로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하려면 때는 이미 늦다. 2016년 차량용 워셔액을 이온음료로 착각해 마신 20대 여성의 시신경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농약 용기를 음료나 의약품 용기로 착각해 발생하는 중독사고도 적지 않다.

단순히 화제성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식품으로서 갖춰야 할 안전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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