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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최고 말고 모두 '최중'이면 안되나"...미국 대중도 '윤며들다'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1.04.2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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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영화 ‘미나리’로 한국 영화 102년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솔직하고 유쾌한 수상 소감과 함께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스카 레이스 동안 상당한 중압감을 느꼈다고 밝힌 윤여정은 "최고(最高)라는 말이 참 싫다. 1등이고 최고가 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데 모두 다 최중(最中)이 되고 같이 동등하게 살면 안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특유의 입담을 선보였다.

해외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든 수상자를 대신해 윤여정이 연설을 해야 했다", "그녀의 연설은 금(金)이다"라며 윤여정의 소감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의 연설'이라고 환호했다.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오스카상 시상식이 끝난 뒤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오스카상 시상식이 끝난 뒤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발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끝난 뒤 주 LA 총영사 관저에서 특파원단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지금이)최고의 순간인지 모르겠다"며 "'미나리'는 우리의 진심으로 만든 영화이고 진심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에 전하는 말을 묻자 윤여정은 "사람들이 성원을 보내는데 내가 상을 못 받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상을 타 (국민 응원에) 보답할 수 있어서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한 뒤 "너무 많은 국민 성원을 받아 너무 힘들어서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축구 선수(국가대표)들의 심정을 알게 됐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수상 기대에 대한 심적 부담을 털어놓았다.

한국계 이민사를 다룬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에서 한국서 온 할머니 순자 역을 열연한 윤여정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최고의 순간인지 모르겠고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 살던 대로 살겠다. 오스카상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여정은 "배우는 편안하게 좋아서 한 게 아니었다. 절실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정말 먹고 살려고 연기를 했다"며 "내 연기 철학은 열등의식에서 시작됐다. 대본을 열심히 외워서 남에게 피해를 안 주자는 것이 저의 (연기) 시작이었다. 대본은 저에게 성경 같았다. 아무튼 많이 노력했고 그냥 열심히 했다"고 연기 인생을 회고했다.

배우 윤여정 연기 인생 프로필 [그래픽=연합뉴스]
배우 윤여정 연기 인생 프로필 [그래픽=연합뉴스]

윤여정의 센스 있는 입담은 영국에 이어 미국 대중의 마음마저 훔쳤다. 앞서 열린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매우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로부터 받은 상이어서 더욱 뜻깊다"는 소감을 밝혔던 윤여정. 다시 그의 오스카 수상 소감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의 연설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에서 글렌 클로스 등 다른 후보들을 향해 "우리는 각자 다른 역할을 연기했고, 서로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며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윤여정의 수상소감 주요 대목을 편집한 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윤여정이 "쇼를 훔친다"라고 전했다. 윤여정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쇼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윤여정이 최고의 수상 소감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올해 쇼의 스타는 윤여정이었다, 그의 수상 장면을 지켜보는 것이 왜 그렇게 즐거운지를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반세기를 넘는 연기 여정의 찬란한 대미를 오스카의 영예로 장식하면서도 겸손한 소감으로 동료와 영화팬들과 공감한 일흔네 살 윤여정. 이미 국내에서는 권위를 벗어던진 노배우의 유쾌한 직설 화법이 청춘들과 소통 접점을 넓히면서 '윤여정에 스며들다'는 뜻의 '윤며들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새로운 한 세기를 시작한 한국 영화사의 신기원을 연 윤여정이 뒤늦게 다양성에 문을 활짝 연 지구촌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을 통해 진솔함으로 다시 한 번 빛낸 입담에 미국 대중들도 시나브로 윤며들었던 오스카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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