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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몸' 개발자 모시기 각축...유통업계 일자리 양극화 심화
'귀한 몸' 개발자 모시기 각축...유통업계 일자리 양극화 심화
  • 김혜원 기자
  • 승인 2021.04.29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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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IT업계를 중심으로 촉발된 '개발자 확보 전쟁'이 유통업계까지 확산했다. 개발자 구인난 속에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초봉과 입사 축하금까지 합하면 한 해 1억원의 보상을 지급하겠다는 곳도 있고, 개발자 직원 모두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한 기업도 있다. 개발직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동시에 회사의 성장을 함께하기 위한 연결 고리를 만든 것이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쇠락이 가속된 오프라인 유통가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 GS 등 대기업 유통 계열사 10곳에서만 지난해 5500여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온·오프라인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쇼핑몰인 SSG닷컴은 지난 26일 사내 메일을 통해 개발자 전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유통업계가 사업 기반이 e커머스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개발자 인력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업플래시 제공]
유통업계가 사업 기반이 e커머스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개발자 인력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업플래시 제공]

스톡옵션이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자기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SSG닷컴이 스톡옵션을 상반기에만 두차례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개발 인력 유출이 지속되자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셈이다. SSG닷컴 측은 "기획·개발직 이직률이 최근 1년간 3배 이상 악화됐다. 올해 해당 직군의 누적 퇴사율은 20~25% 선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기술관련직군 대상 스톡옵션을 동일 수량으로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스톡옵션 지급은)다음달 1일자로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SSG닷컴 측은 스톡옵션은 특정 직군에 한하지 않고 우리 사업에 필요한 핵심 인재를 장기 리텐션(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비개발자의 경우 기여도에 따라 스톡옵션을 준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발자 인력품귀 현상은 이커머스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쿠팡은 신입 개발자 초봉을 6000만원으로 설정하고 인재 확보에 나섰다. 경력 개발자 200여명을 공채하면서 "합격 시 최소 5000만원의 입사 축하금을 주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출범 1주년을 맞은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은 올해 최대 150명의 개발자를 채용할 방침이다. 데온은 지난 4월 출범 첫 날부터 앱 접속이 중단되는 등 시스템 불안정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사업의 디지털전환을 지지할 개발자를 꾸준히 찾고 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경남본부가 20일 홈플러스 김해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마트노조 경남본부 제공]
마트산업노동조합 경남본부가 20일 홈플러스 김해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마트노조 경남본부 제공]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개발직과 비개발직의 처우 격차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롯데와 신세계, 현대, GS 등 대기업 유통 계열사 10곳의 고용 인원이 총 5500명 이상 감소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쇠락으로 구조조정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매장 효율화에 나선 롯데마트는 1998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 퇴직 신청을 받았다.  

삐에로쇼핑, 부츠 등 실적이 부진한 전문점을 철수한 이마트 또한 지난해 말 직원 수는 2만5214명으로 2019년과 비교해 565명이 감소했다.

이렇게 사라진 일자리의 상당수가 판매직, 캐셔(계산원) 등 무기계약직이다. 입점업체 직원 등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인력을 고려하면 오프라인 유통업계 고용 한파는 더욱 극심하다.

업계 관계자는 "단군 이래 가장 심한 취업난이라는 표현이 비개발직에게만 해당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곳곳에서 나온다"며 "비대면 소비의 활성화로 개발자 수요가 폭증한 만큼 유통업계 온·오프라인 일자리 양극화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