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에 대한 전향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화두로 급부상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대표 대행은 17일 경기도 화성시의 삼성전자 반도체 캠퍼스를 방문한 뒤 취재진을 만나 "어떤 기업이나 특정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발전과 관련된 문제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폭넓게 봐야 한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론에 대해 "전향적으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사면을 요구할 사안은 아니고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국가 간 경쟁을 잘 대응하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삼성전자 관계자들과의 정책 간담회를 통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김 대표 대행은 간담회에서 고(故) 이병철·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는가 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활을 거는 전쟁이 이뤄지고 있어 국가 차원에서 산업을 육성해 나가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며, 이에 잘 대처해 국익 보호와 동시에 전 세계적 기업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 세계적으로 국가 안보 전략 차원에서 정부가 전폭적인 세제 혜택과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가 내놓은 'K 반도체 벨트' 전략이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간담회 자리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내지도부는 간담회를 마친 뒤 반도체 생산 현장을 시찰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이같은 야권의 행보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논의가 한미 외교의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21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미국내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공식 발표하게 되면 한국 입장에선 미국 정부와의 주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애리조나, 뉴욕 등을 후보지로 놓고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게 된다면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론도 자연스레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