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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셀러 기승에 '가격 거품' 오명은 본사 몫...시장 교란의 끝은?
리셀러 기승에 '가격 거품' 오명은 본사 몫...시장 교란의 끝은?
  • 김혜원 기자
  • 승인 2021.07.1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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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7만원에 되팔린 스타벅스 스트로폼 쿨러."

지난 5월 스타벅스가 e프리퀀시 이벤트로 선보인 여름 한정판 MD(기획굿즈) '서머데이 쿨러'에 대한 온라인상의 반응이다. 앞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스타벅스 MD가 다시금 주목받는 것은 웃돈을 얹어 상품을 되파는 리셀러(재판매자)가 기승을 부리면서다.

인기 제품을 구매해 다시 판매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리셀러가 늘어나면서 '리테크(리세일+재테크)'라는 말도 생겨났다. 기업들은 지나친 리셀 행태가 다른 소비자의 구매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기업에는 '가격 거품' 오명을 덧씌운다고 지적한다.

한 누리꾼이 스타벅스 서머데이 쿨러 내장재를 분해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한 누리꾼이 '스타벅스 서머데이 쿨러'를 분해한 사진을 온라인상에 올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한 누리꾼이 스타벅스 서머데이 쿨러를 뜯어 내부를 공개했다. 아이스박스 단열재로 발포폴리스티렌(스티로폼)만 들어있는 것을 두고 퀄리티가 기대보다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왔다.

본래 스티로폼이 쿨러의 단열재로 쓰이긴 하지만, 스타벅스 MD를 득템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가격을 고려하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은 것은 결국 가격 때문이다. 스타벅스 쿨러는 출시 직후 한때 최고가 15만원에 재판매되기도 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 스타벅스에서 근무 중인 아르바이트생 A씨는 "쿨러 분해 사진이 인터넷에서 확산 된 뒤 매장을 찾아 '이런 제품을 받으려고 비싼 커피를 17잔이나 마신 줄 아느냐',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한정판 MD는 증정품이다. 스타벅스는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스타벅스 음료를 먹고 '프리퀀시'를 적립한 고객들에게 사은품으로 증정했다. 스타벅스 음료 중 가장 저렴한 음료로 17잔을 채워도 서머데이 쿨러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6만8700원이 필요하지만, 어찌 됐든 이건 음료에 대한 비용이다. 그럼에도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재판매되는 금액이 '제품 가격'으로 인식되고 가성비가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고나라에서 7만원에 거래 된 스타벅스 서머데이 쿨러 [사진=중고나라 캡쳐]
중고나라에서 7만원에 거래된 스타벅스 서머데이 쿨러 [사진=중고나라 사이트 캡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타벅스 MD뿐 아니라 고가의 명품부터 LP판, 아이돌 굿즈 등 희소성이 있는 제품이라면 무엇이든 리셀 대상이 된다. 최근에는 새롭게 또는 한정판으로 출시된 운동화가 발매가격보다 값이 오르면 판매하는 '스니커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리셀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리셀러를 '되팔렘(게임 ‘디아블로 시리즈’의 종족 ‘네팔렘’과 되팔다를 합쳐 만든 단어)', '플미충(프리미엄+충)' 등 공격적인 단어로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이들이 소비 시장 교란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업자인 리셀러들은 아르바이트생 등을 고용해 여러 매장에서 인기 상품을 확보하고, 온라인 판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싹쓸이한다. 이렇게 확보한 제품은 적게는 2배, 많게는 8배 이상의 웃돈이 붙어 중고시장에 쏟아진다.

한 의류 브랜드 관계자는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한 제품을 한정판으로 판매하자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소비자가 몰렸다"며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해당 제품이 리셀 어플에 50% 이상 풀렸다. 그 다음날 10%가 추가로 풀리면서 사실상 한정 판매한 제품 대부분이 리셀러 손에 들어갔다"고 허탈해 했다.

이어 "브랜드로서는 해당 제품을 아끼고 진짜 사용해줄 소비자에게 제품이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과 리셀 시장이 확대되면서 '가격 거품'이 형성돼 접근성이 낮아졌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리셀로 얻은 이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같은 프리미엄 거래라도 리셀은 되고, 암표는 안되는 것이 현 상황이다. 기업들은 시장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과도한 리셀을 막고 있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장이 비대해 것에 맞춰 이제는 법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