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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맵+폭식' 마케팅에 노출된 췌장 작은 한국인들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1.08.0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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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단짠단짠', '당충전', '핵불맛', '혀가 얼얼'

김혜원 기자

요즘 식품 마케팅 홍보 이미지에서 빠지지 않는 문구다. 맵고 자극적이거나 달콤한 맛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당을 섭취하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촉진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낮아진다. 하지만 지나친 섭취는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의학계와 시민단체에선 서양인과 견줘 혈당조절 호르몬을 분비하는 췌장이 작아 당뇨병에 취약한 한국 소비자들이 식품업계의 이윤추구를 위해 TV와 유튜브,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전방위 '단맵+폭식' 마케팅에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카페 음료 소비가 많은 이들은 하루 한두 잔의 음료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일일 당 섭취량을 훌쩍 넘는다. WHO는 설탕 등 당류 섭취를 하루 열량 10% 이내, 약 50g을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서울시 조사결과 흑당 음료 기본 사이즈 한잔의 평균 당류 함량은 34.8g으로 콜라(250mL) 29.5g보다 높다. 흑당 음료에 든 당을 각설탕으로 따지면 각설탕(3g) 12개 분량이 들어간 셈이다. 빽다방의 '원조 빽스치노(SOFT)'의 경우 음료 중 잔당 함량이 85g으로 나타났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 각설탕 28개를 먹는 것과 같다. 당연히 열량도 높아 음료 한잔을 마시면 밥 한 공기보다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의학계에선 갈증을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등 고당분 간식 섭취로 해결하려는 상황이 최근 20·30대부터 당뇨병을 앓는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 커피 등 음료와 당뇨의 연관성을 연구한 논문도 많다. 커피 소비량이 많으면 당뇨병 발병이 준다는 결론이 상당수이지만 설탕이 들어간 믹스커피를 선호하는 한국에선 이런 상관관계가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식품은 더 달고 짜졌다. 한국소비자원이 당류와 나트륨 함량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추적이 가능한 제품을 대상으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함량 변화를 조사한 결과 절반인 10개의 당류 함량이 늘었다. 함량 증가도 평균 51%나 된다. 당국이 건강을 위해 당류 함량을 줄이라고 권장해도 식품업계는 다양한 단맛으로 소비자 입맛 맞추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매운 맛도 고공 행진 중이다. 사람은 혀에 있는 미뢰(맛을 느끼는 세포의 집합체)로 단맛·신맛·짠맛·쓴맛·감칠맛을 느낀다. 반면 매운맛은 혀가 아닌 입안 전체의 감각을 통해 인식한다. 자칫 고통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식품업계에서 '혀가 얼얼한 맛'은 최고의 셀링포인트다. 

국내 즐겨 찾는 식품은 더 달고 짜고 매워졌다. [사진=언스플래시]
국내 즐겨 찾는 식품은 더 달고 짜고 매워졌다. [사진=언스플래시]

국내 매운맛 식품의 선두주자인 삼양식품의 불닭브랜드는 누적 판매량 30억개를 달성했다.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 지수(SHU)는 4404에 달한다. 3X핵불닭볶음면은 스코빌지수가 1만3000에 달하는 제품으로 그동안 국내와 국외에서 선보인 불닭브랜드 중 가장 맵다. 매운맛의 인기에 따라 관련 상품 매출이 삼양식품 전체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 

더욱 더 매운 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자 이마트는 올해 청양고추보다 매운 '건조 하바네로', '할라피뇨', '매운 아삭이 고추', '컬러 매운 고추'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캡사이신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복통이나 위궤양, 심지어는 암 발생률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지나치게 매운 음식은 '독'이 된다. 

식품업계 마케팅은 단순히 달고 맵게 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식품 기업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유명 '먹방(먹는 방송)'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섭외해 먹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폭식은 기본이며 몸에 좋지 않은 괴식을 선보이기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고도비만인구가 2030년에는 현재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극적인 먹방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시장에는 새로운 맛, 소비자가 좋아하는 맛 창출이라는 명분 아래 엄청나게 달거나, 짜거나 단맛과 짠맛이 혼재하고 있다. 관련 부처는 과식·폭식을 유발하거나 지나친 당류 사용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기업은 건강한 식문화 정립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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