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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제 전장 나설 이재용 부회장, 백의종군 아닌 사면이 필요한 이유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1.08.1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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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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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광복절 가석방으로 구속 207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된다.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이 부회장의 공식적인 경영 복귀 시기가 언제일지 주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반쪽 자유' 혹은 '백의종군'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이 부회장의 행보에는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법무부 가석방심의위원회는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이 부회장을 포함시키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심사 직후 직접 브리핑을 열어 가석방 사실을 알리기까지 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사법정의가 무너지는 결정이라거나 재벌에 대한 특혜라는 명분론으로 강력하게 반대해 왔던 여당도 이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의 실용론으로 선회하며 경제회복을 위한 역할론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완전한 자유가 아닌 반쪽짜리 자유를 허락받았을 뿐이다. 형 면제와 이동의 자유가 있는 특별사면이 아닌 구금 상태만 풀린 가석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 규정이 그대로 적용돼 경영에 본격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무부 특정경제사법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더군다나 11일 법무부 수원보호관찰심사위원회는 비공개회의를 열어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보호관찰 결정을 내리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가석방 이후 주거지를 옮기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할 때는 미리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해야 하는 제약이 따른다.

특히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글로벌 현장 경영을 통해 네트워크 구축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해외출장이 잦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법무부의 심사를 받아야 하고, 출장 목적과 함께 일정도 함께 보고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동선이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반도체 파운드리사업 등 대규모 투자계획을 실행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경영복귀와 관련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 상황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진왜란에서 구국의 영웅이 된 이순신이지만 선조의 어명을 어기고 전장에 나가지 않아 삭탈관직과 함께 군인으로서 최대의 형벌을 앞뒀던 백척간두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 임진왜란이었던 정유재란 초기 조선 수군의 위기를 막기 위해 선조는 이순신에게 벼슬 없이 말단군인으로 전장에 참여하는 백의종군을 명했다. 

이순신이 훗날 칠천량해전에서 전사한 원균 장군의 뒤를 이어 조선 수군의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역사적 문구를 남기며 명량대첩을 이끌고 조선의 운명을 되살릴 수 있었던 계기로 남은 역사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을 이순신 장군과 견주는 것 자체를 난센스라고 비판할 수 있다. '사법정의가 재벌특혜에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내며 사면은 절대 안된다는 강경론이 힘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이는 사회정의와 법이 만인 앞에 공평하다는 원칙에 충실한 시민들의 목소리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의 파고가 끊임없이 전 세계를 강타하는 현재, 수출 경쟁력 하나로 버텨내야 하는 우리나라 밖의 글로벌 경제 시장은 임진왜란 당시의 전장과 다를 바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재계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 사면론을 펴는 것도 그의 기업 경영 복귀에 힘을 실어주면서 당장 해결해야 할 반도체 파운드리 투자와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 설립, 코로나 4차 대유행을 이겨낼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등의 핵심 사업을 원활하게 이끌어갈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0%에 달하고, 반도체의 수출 기여도는 20% 수준이다.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대표산업인 반도체에서 부동의 메모리 분야 세계 1위는 삼성이지만 비메모리의 성장 없이는 산업의 쌀을 지켜낼 수 없기에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도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고 선언한 삼성이 구체적으로 실행력을 발휘해나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자동차 등 선진국들의 기간산업이 멈춰서는 사태가 이어지자 반도체 기술패권 전쟁은 기업을 넘어 국가간 대항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등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결정해 K-반도체를 지켜내고 성장영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배터리, 백신 3대 분야를 국가 경제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기업에 종합적인 지원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은 이 3대 분야에서 핵심적이다. 삼성이 선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 3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정량적 지원도 필수적이지만, 고도의 판단을 요하는 총수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돕는 정성적 지원도 절실하다.

소리 없는 총성이 난무하는 글로벌 경제 전장에서 '삼성호'의 선장 역할을 해 줘야 할 이 부회장이기에 그의 공과는 분명히 하되, 그 누구도 대신하기 힘든 역할론에 대해서는 확실한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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