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4 09:06 (일)
ICT강국의 '생산성 역설'...한국은행 "디지털전환 여건 양호해도 무형자산 취약"
ICT강국의 '생산성 역설'...한국은행 "디지털전환 여건 양호해도 무형자산 취약"
  • 곽호성 기자
  • 승인 2021.08.18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곽호성 기자]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인 우리나라가 높은 디지털 혁신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는 '역설적'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형자산이 아직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생산성 개선이 되려면 기업의 가치 창출 원천이 기계·설비 등 유형 자산에서 소프트웨어·데이터베이스·연구개발(R&D) 등 무형자산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그 프로세스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은행은 18일 '디지털 혁신과 우리나라의 생산성 역설'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ICT 산업 발전 정도, ICT인프라, 혁신역량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초여건이 견조하지만, 경제성장과 생산성은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과 한국은행 본관 [사진=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한국은행 화폐박물관과 한국은행 본관 [사진=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혁신지수 순위는 2012년 21위에서 지난해 10위로 11계단 올라갔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2018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인 고소득국가에 비해 상대 소득수준은 50%대, 상대 노동생산성은 70%대에서 상승폭이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우선 ICT제조업에 비해 낮은 ICT서비스업 경쟁력이 지목됐다. 

한국의 ICT서비스 관련 기술 수준은 미국의 85%(2019년 기준) 수준이다. 4차 산업의 핵심인 AI(인공지능)·빅데이터·IoT(사물인터넷) 분야 기술 수준이 모두 중국보다도 낮았다. 

낮은 기술경쟁력 때문에 2020년 기준 우리나라 ICT서비스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도 4.7%에 그쳤다. 글로벌 평균(15.1%)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수준이다.

한은은 투자 측면에서도 인적·조직 자본 등 무형의 비(非)기술혁신 투자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2011∼2015년 유형투자 대비 무형투자 평균 비중(38.9%)은 미국(74.9%), 영국(74.8%), 네덜란드(73.1%) 등의 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국 ICT서비스 기술 수준 [그래프=연합뉴스]
한국 ICT서비스 기술 수준 [그래프=연합뉴스]

한은은 현행 기술금융 시스템도 디지털 전환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술금융은 안정성보다는 성장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므로 담보 기반 대출 등 간접금융보다 지분투자 등의 직접금융이 좋다. 하지만 여전히 지원이 대출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자금 수요가 가장 많은 창업 초기 고위험·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벤처캐피탈의 투자기간(5∼7년)과 창업 이후 기업공개(IPO)까지 걸리는 기간(10년 이상) 사이 격차가 크지만, 중간에 투자금을 일부 회수할 수 있는 시장과 수단이 충분하게 준비돼 있지 않아 투자 위험이 커지고 자금 선순환이 제약되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정선영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과장은 "규제를 기술변화에 맞도록 합리화함으로써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무형자산 투자의 절대적 규모를 확대하고, 기술혁신과 비기술혁신에 대한 균형잡힌 무형투자를 통해 무형자산 간, ICT와 무형자산간 시너지 효과를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