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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은행권, 가계대출 제한·중단 확산...위기인식 커지는만큼 힘들어지는 빚내기

  • Editor. 김지훈 기자
  • 입력 2021.08.21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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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지훈 기자] 은행권에서 총량 한도를 넘어선 가계대출 제한과 중단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우리은행, SC제일은행도 일부 가계 대출 상품의 취급을 제한적으로 중단한다.

가계빚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날 경우 우리 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위기 인식에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하라는 압박한 데 따라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시중은행은 대출 총량 관리에서 심각한 문제가 없어 가계대출 파행 사태로는 이어지지 않겠지만 당분간 대출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앞으로 금융당국의 압박수위가 올라가면서 시중은행들은 대출을 더 조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가계대출 받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까지 모든 부동산 담보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3분기 대출 한도가 이미 찼다며 다음달 말까지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일시 중단하고, 외국계인 SC제일은행 역시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의 판매를 중지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말까지 모든 가계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업다운뉴스DB]

NH농협은행은 이례적으로 오는 24일부터 11월 말까지 모든 가계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고 19일 밝혔다. 가계대출이 지난해 말 대비 7% 넘게 올라 금융당국이 권고한 대출총량 가이드라인(가계대출의 연간 증가율 5∼6% 권고)을 초과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을 제외하고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등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기존 대출의 증액과 재약정도 불가능하다.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은 KB국민은행 2.6%, 신한은행 2.2%, 하나은행 4.4%, 우리은행 2.9%로 각각 집계됐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증가율이 7.1%에 달해 4대 시중은행보다 월등히 높았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정책 방향에 부응하고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바람에 내부적으로 우려가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이며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들어 분기별로 신규 전세자금대출 취급 한도를 설정해 왔는데, 한도가 소진되면 신규 신청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3분기 전세론 한도가 소진됐다"며 "9월 말까지는 신규 신청은 어렵고 기존에 승인된 대출자가 대출 취소 시 그 금액만큼만 다음 대기자에게 넘어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대출 상품 중 하나인 ‘전세론’에만 해당되며 중단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제한한다"며 "다른 상품들은 정상적으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대출을 제한·중단하자 대출 수요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오는 10월 중 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고려했던 김모(경기도 고양시·39)씨는 "집값도 계속 올라서 속상한데 날벼락"이라며 "다른 은행들도 이럴 것 같아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보다 먼저 연쇄적으로 제한·중단을 했다"며 "이러한 영향에 고객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는지 가계담보대출 관련 문의가 평소보다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4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3곳은 대출 제한·중단에 나설 분위기는 아니다. 국민·신한·하나은행 관계자들는 한결같이 "현재 가계대출 중단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소폭 금리 조정, 한도 축소 등의 방법으로 대출 총량을 잘 관리해왔고, 금융당국도 이들 3곳의 총량 관리에는 심각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가 폭에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라며 "가계대출의 증가속도 및 잔액에 대해서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대출창구에서 한 시민이 은행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는 모습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대출창구에서 한 시민이 은행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이 1700조원에 육박하고, 지난달에는 은행권에서만 잔액이 9조7000억원 급증하는 등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가계빚 조이기 압력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과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행에 따른 돈줄 죄기가 맞물릴 경우 가계빚이 우리 경제의 위기를 불러오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7일 “가계부채 관리는 지금 금융위원장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추가 대책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권에서는 대출을 더 조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가계담보대출 받기는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도 무조건 대출이 많이 나간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며 "지금까지 시중은행은 한도 축소나 금리 축소 등을 통해 대출 총량 관리에 노력했으나 앞으로 금융당국의 압박이 더 거세질 조짐이라 대출을 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고승범 위원장 후보자의 취임 이후인 다음달 추가 가계대출 규제를 내놓을 계획이다. 또한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보다 상승세가 가파른 전세·집단대출에 대한 별도의 관리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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