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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플랫폼 사업자는 악당인가
[기자수첩] 플랫폼 사업자는 악당인가
  • 김혜원 기자
  • 승인 2021.09.0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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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일상생활이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간 이슈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플랫폼이 단순히 일을 중개한다는 개념을 넘어 독립된 사업자로 영역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김혜원 기자
김혜원 기자

하지만 노동자들은 혁신의 상징이던 플랫폼 기업이 덩치 키우기에 급급해 입점한 중소자영업자들에게 과도한 수수료·광고비를 책정하는 약탈꾼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는 최근 발생한 선릉역 오토바이 배달원 사망 사고를 두고 "플랫폼 산업의 지나친 속도경쟁으로 배달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대다수 배달 라이더들이 법규를 가볍게 무시하고, 주행 중 휴대전화를 볼 수밖에 없는 운전습관을 갖게 된 원인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에 있다는 것이다.

또 라이더들이 유상보험에 들지 못하고 교육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는 등의 열악한 구조와 플랫폼이 전개하는 '빠른 배달 서비스'가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한 배달음식점 업주는 한 번에 한 곳만 가는 '단건배달'이 잦은 사고의 원인이라며 이 서비스를 없애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노동자와 갈등은 배달 플랫폼만의 문제가 아니다. 숙박업소 업주들은 야놀자의 과도한 수수료 및 광고비 책정으로 영업을 해도 남는 돈이 없을 정도라고 토로한다. 종합여가서비스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는 야놀자가 숙박업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 숙박업소 정보 공유 인터넷 카페에서 시작한 야놀자는 펜션, 호텔, 해외 숙소 예약까지 서비스를 넓혀 가입자 1300만명을 확보한 국내 1위 숙박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막대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종합 IT 테크놀로지 회사로 변신은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숙박업자들은 코로나19로 업계가 유례없는 타격을 입은 가운데 야놀자가 매출 2888억원을 기록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만 봐도 업계의 비정상적인 수익 구조를 알 수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학숙박업중앙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 등 8개 입점업체·시민단체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학숙박업중앙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 등 8개 입점업체·시민단체가 지난달 23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제공]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들은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카카오,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처리되길 기대했으나 이 법안은 국회 소관위에 계류 중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플랫폼은 시장 교란을 유발하는 '갑질 사업자'로 비친다. 악화한 민심 속에서 플랫폼 기업 측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단순히 중간 유통 단계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 아니다"며 "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직방·야놀자 등 여러 플랫폼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에 첨단 기술을 더해 사업에 전환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특히 "일을 하는 시간에만 적용되도록 설계된 유상보험 개발이나 안전 교육, 일자리 창출 및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며 "지속해서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플랫폼과 노동자를 선과 악, 이분법적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시장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플랫폼에 대한 입점 소상공인의 거래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힘의 불균형이 커졌고, 이 때문에 불공정한 노사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갑을' 관계가 지속돼서는 장기적인 발전을 이어가기 어렵다. 

이에 정부는 플랫폼 기업의 '갑질'을 막겠다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입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독점 플랫폼의 횡포 등을 바로잡는다는 명목하에 지나친 사업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 이미 자리를 잡은 거대 플랫폼이 아니라 중소상공인과 스타트업(초기벤처)이 규제에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현 수익 집중형 사업 모델이 중소자영업자나 관련 노동자에게 극심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플랫폼도 이를 인정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개정이 이뤄지면 발생할 수 있는 직·간접 파급 효과를 면밀히 따져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