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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으로 몸집 키운 이커머스, 검증 책임은 나 몰라라?
오픈마켓으로 몸집 키운 이커머스, 검증 책임은 나 몰라라?
  • 김혜원 기자
  • 승인 2021.09.07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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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SSG닷컴에 이어 마켓컬리가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모두 열려 있는 인터넷 중개몰) 진출 소식을 전하며 '체급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쟁이 심한 국내 전자상거래업체(이커머스) 시장에서 상품군 확대로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모든 판매자가 자유롭게 들어오는 오픈마켓은 태생적으로 가품과 품질관리 위험을 안게 된다. 소비자들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오픈마켓으로 상품군을 무한 확장한 뒤 검증 없이 이득만 취한다고 지적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선식품 이커머스 마켓컬리가 내년 오픈마켓 진출을 공식화한 가운데 신세계그룹 종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도 판매자(중소상공인)를 대상으로 오픈마켓 입점 등을 안내하는 별도 홈페이지를 마련하고 나섰다. 

쿠팡, SSG닷컴, 지마켓, 위메프, 롯데온 로고 [사진=각 사 제공]
이커머스 기업 쿠팡, SSG닷컴, 지마켓, 위메프, 롯데온 로고 [사진=각 사 제공]

내실과 외형 성장을 동시에 챙기겠다며 미래 먹거리로 오픈마켓을 점찍었던 오아시스도 '브랜드몰'을 오픈했다. 시장 경쟁을 위해선 상품 가짓수 확대가 불가피한데 직매입 방식에서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모두 열려 있는 오픈마켓은 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 등이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할 수 있어 상품 확대에 유리하다. 기업은 특별한 비용 투자 없이 다양한 상품군 확보가 가능하다. 판매자 간 서비스, 가격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후생도 높일 수 있다. 최저가 경쟁이 가능한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문제는 누구나 진입할 수 있다 보니 가품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짝퉁 운동화를 밀수입한 뒤 이커머스를 통해 원가 3만원짜리를 최대 10배가량 비싸게 판매한 일당이 세관에 적발됐다. 이들은2019년 10월부터 두 달가량 위조 운동화 2000켤레를 중국에서 몰래 들여와 정품으로 속여 400 켤레를 판매했다. 정품 인증을 요구하는 오픈마켓 관리자에게 위조 영수증을 제출해 감독을 피했다.

최근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낳은 머지포인트도 이커머스를 통해 절찬리에 판매됐다. 이와 관련해 구매자들은 상품에 대한 검증 책임을 회피하고 판매에만 열을 올린 이커머스 기업들도 피해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머지포인트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 유입 효과를 누려놓고 오픈마켓이란 이유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2018년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이 적발한 위조해외명품 등 압수품 [사진=연합뉴스]
2018년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이 적발한 위조해외명품 압수품들. [사진=연합뉴스]

물론 오픈마켓 특성상 외부 판매자가 임의로 등록하는 위조 상품이나 불완전 상품을 완벽하게 걸러내긴 쉽지 않다.

솜방망이에 불과한 법적 처벌도 문제다. 상표법 제230조에 가품을 제조·판매하면 7년 이하의 징역형,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가품 제조·판매로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판매업자들은 다른 사업자명으로 재등록해 같은 이커머스에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들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가품 논란이나 물류 오류가 브랜드 이미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러 제도와 기술로 판매자에 대한 검증을 진행 중이다. 

쿠팡은 100여명의 전담조직을 꾸려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로 상품 가격과 이미지를 분석해 진품 여부를 판별하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명품 감정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가품 판매 여부를 확인한 뒤 발견 즉시 판매자에 대한 제재를 가한다. 

롯데쇼핑은 한 발 더 나아가 롯데온(ON)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책임지는 내용으로 약관을 개정했다. 롯데쇼핑은 제35조 9항 회사의 면책 관련 약관에 ‘회사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이용자의 손해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부담한다’는 약관을 추가해 책임 범위를 확대했다. 이커머스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개선하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더욱 고도화된 가품 검증 기술과 입점 사업자 검증 제도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입 모아 말하고 있는데, 얼마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대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