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4 09:06 (일)
ECB, 코로나 대응채권 매입속도 반년만에 늦췄다…"그녀는 테이퍼링하지 않는다"
ECB, 코로나 대응채권 매입속도 반년만에 늦췄다…"그녀는 테이퍼링하지 않는다"
  • 강성도 기자
  • 승인 2021.09.10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채권을 사들이는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인플레이션이 강세를 보이자 코로나19 팬데믹(글로벌 대유행) 대응 돈풀기를 완화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번 조치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베를린발 연합뉴스에 따르면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기로 했다.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0.50%와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사진=AFP/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사진=AFP/연합뉴스]

ECB는 코로나19 확산 관련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대응채권 매입 속도를 지난 2개 분기에 비해 늦출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이날 내놓은 통화정책방향에서 "최근 자금조달 여건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PEPP 대응채권 매입속도를 지난 2개 분기간 수준보다 현저히 낮은 속도로 완화해도, 자금조달 여건이 유리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응채권 매입규모는 적어도 내년 3월 말까지 1조8500억 유로(약 2566조원)로 하기로 정했다. ECB는 지난 3월 2분기 코로나19 대응채권 매입 속도를 1분기에 비해 상당히 높이기로 했다. 이어 6개월 만에 속도를 다시 낮추기로 한 것이다. 

ECB는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이어가고 자산매입프로그램(APP)도 월 200억 유로(약 27조원) 규모로 계속 추진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그녀는 테이퍼링하지 않는다(The lady isn't tapering)"라며 '그 여성은 돌아서지 않는다(The lady's not for turning)'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이 한 말을 인용했다.

이어 "오늘 우리가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은 유리한 자금조달 여건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 매입 속도의 눈금을 조정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CB가 코로나19 이후 돈풀기 속도를 늦추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거세게 치솟는 물가가 있다. ECB가 확정한 물가상승률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다. ECB는 올해 하반기 통화정책전략을 바꾸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 바로 아래에서 2%로 18년 만에 올렸다. 

지난달 독일의 소비자물가는 28년 만에 최고치인 3.9%로 올랐다. 소비자물가 급등세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확인하는 물가지표인 지난 7월 근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3.6% 올랐다. 두 달 연속 30년 사이 최대폭 상승기록을 경신했다. 

닐 비렐 프리미어 마이튼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에 "ECB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대응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ECB는 코로나19 위기로부터 회복을 지원하는 것과 경제성장 전망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이날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5%로 높였다. 더불어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올렸다. ECB는 올해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2.2%, 내년에는 1.7%, 2023년에는 1.4%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상훈,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이러한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 등으로 ECB 회의 전까지 PEPP 축소 경계감으로 상승한 독일 10년물 금리는 –0.36%로 3bp(베이시스포인트) 하락했다"며 "PEPP의 매입 규모는 축소되겠지만, 당분간 금리의 추가 상승 압력은 높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8월 말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시작으로 다수의 ECB 위원들이 PEPP 축소를 언급하면서 시장은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며 "또한 전통적인 자산매입인 자산매입프로그램(APP, 매월 200억 유로)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PEPP의 축소 규모를 밝히지 않은 점도 당분간 금리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 시장은 PEPP가 월 800억 유로에서 내년 3월 500억 유로까지 축소된다고 예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