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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맨' 정리하는 롯데쇼핑·GS리테일...구조조정 속사정은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1.11.0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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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유통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유통가에서 고연차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트렌드 변화에 맞춰 조직체질을 개선하고 연공임금 체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구조조정을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트렌드를 주도할 2030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는 취지를 강조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절대 인원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과 GS홈쇼핑, 빙그레 등 여러 기업이 고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롯데마트는 1998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지난 2월 현 직급 10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한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으론 실적 개선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번엔 사원에서 부장까지 정규직 중 현 직급에서 8년 차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롯데백화점 본점 모습 [사진=롯데쇼핑 제공]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롯데쇼핑 제공]

다른 롯데 계열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9월 근속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창사 42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4700여명 가운데 2200명이 대상이었는데 500여명이 신청했다.

그간 롯데는 다른 국내 대기업보다 연봉이 낮고, 승진이 느리더라도 정년만큼은 보장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도 인력 감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종신고용'이 기업문화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자 결국 롯데도 백기를 들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 합친 지 석 달 만인 지난달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지난 7월 GS홈쇼핑과 합병한 GS리테일은 통합 법인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중복 업무가 적지 않은 탓에 이에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GS리테일은 20년 차 이상 차·과장급 직원들에 희망퇴직 안내 메일을 보냈다.

GS리테일은 2017년 이후 정기적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며 방대한 조직을 축소해 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1만1943명에 달하던 임직원은 올해 상반기 기준 6710명까지 줄었다. 4년 가까운 기간에 44% 정도의 임직원이 감소한 것이다. 

인사적체 및 사업별 일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고연차 직원들을 내보내고 새로운 세대를 투입해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채용을 줄이기보다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현재 연공임금 체계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이상희 교수에게 의뢰해 8일 내놓은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한 임금체계 개편방안’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자동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성향이 가장 두드러진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공성에 기반을 둔 국내 호봉제가 생산성과 괴리를 보인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한 임금체계 개편방안' 보고서 중 일부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한 임금체계 개편방안' 보고서 중 연수 10년 증가 시 임금증가율 예측표.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제공]

또 기업들은 십수 년 전 입사한 직원들이 디지털 혁신을 이끌 수 없다고 판단했다. 롯데는 몇 년째 공을 들이고 있는 이커머스 사업이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적자만 1100억원에 달한다. 경쟁사보다 디지털 전환도 늦었는데, 반전을 꾀할 창의적 역량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같은 맥락에서 유통업계 구조조정은 인력 구성 전체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노동계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단행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롯데백화점지회는 "계약직들이 퇴사한 자리에 정직원으로 돌려막고 정직원들이 퇴사하자 연봉 2700만원의 값싼 일자리를 대거 채용하는 인력 악순환이 이번 희망퇴직의 실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회사가 비대면 부분 부진을 롯데마트·롯데하이마트·롯데백화점 구조조정으로 메꾸려 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들이 '젊은피' 수혈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채용 파이 자체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비스일반노조 관계자는 "GS리테일뿐 아니라 많은 여러 기업이 임직원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저효율 계열사를 없애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중점으로 '헤쳐모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고용 한파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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