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불확실성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진국의 빠른 백신 보급과 정책 지원으로 수요가 강하게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등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 모두 발언을 통해 “이번 회복기는 과거에 본 적 없는 공급병목이 나타나면서 생산활동이 제약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점이 특징적”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어 예측의 불확실성과 관련해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펴야 하는 중앙은행으로서 공통적으로 직면한 어려움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최근 공급병목이 전 세계적으로 큰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 현상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겠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언제쯤 해소될지 알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한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될지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디지털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과 같은 구조적인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기업활동뿐 아니라 소비패턴, 노동시장 등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러한 점에서 내년은 우리 경제가 새로운 균형으로 이행해 가는 중요한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총재는 "최근 국내 경제상황을 보면 4분기 성장이 글로벌 공급차질의 영향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의 방역정책 전환에 힘입어 소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경기가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로 카드지출액과 같은 고빈도 지표를 보면, 10월 중순 이후 숙박·음식 등 대면서비스의 소비 개선세가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의 논의에 관련해서는 세계경제도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지긴 했지만, 기조적으로는 경제활동 정상화가 이어지면서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