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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케팅 만능키워드 'MZ세대'라는 허상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1.11.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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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는 최근 몇 년간 마케팅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젊은층 소비자를 대변하는 MZ세대가 소비 주체로 부상하자 식품업체를 시작으로 플랫폼까지 거의 모든 기업이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당장 오늘 하루 나온 기사만 수백 건이 넘는다.

김혜원 기자
김혜원 기자

최근 편의점 GS25는 흰색 빵 안에 파란색 반투명 커스터드 크림을 채워 넣은 '소다향 호빵'을, 롯데칠성음료는 동치미맛 탄산음료 '미치동 스파클링'을, 팔도는 '미니 라임향 왕뚜껑'을 각각 출시했다. 치킨프랜차이즈 bhc는 로제 소스에 젤리를 더한 '로젤킹'을 선보였다. MZ세대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야심 차게 시장에 내놓은 이들 제품이 한정판으로 일시적 생산되는 제품이 아니라는 점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다. 

유통가의 MZ세대 마케팅은 '대세 키워드 무한 파생' 또는 '끔찍한 혼종'으로 구분된다. 신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강한 개성을 갖춘 이색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2019년 흑당이 유행하자 과자·아이스크림·빙수·샌드위치 등 디저트를 시작으로 닭강정까지 출시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인구 중 34%를 차지하는 MZ세대의 가치관과 소비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애쓰는 기업의 모습을 보노라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괴식 트렌드에 의존해 시각적 충격으로 어필하는 제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서는 'MZ세대도 사람이다'는 '밈'(Meme·인터넷서 유행하는 표현이나 콘텐츠의 통칭)이 돌 정도다. 미디어에서 'MZ세대 아이콘'으로 불리는 래퍼 이영지는 "MZ세대란 말이 알파벳 계보(세대 분류)을 이어가고 싶은 어른들의 욕심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MZ세대들은 막상 자신들이 MZ세대인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업계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 앞으로도 펀슈머 제품 출시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세대 폭이 넓어 현재와 같은 마케팅으로 얼마만큼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단발성 이벤트 제품만 늘어나 정작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소비사회'가 된 뒤 시장의 주체를 규정하는 세대 분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베이비붐 세대, X세대, Y세대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MZ세대 만큼 출생 간극이 넓은 집단이 없다는 것이다. X세대만 보더라도 1965~1976년 출생한 세대를 묶기 때문에 그 격차가 최대 10년밖에 나지 않는다. 

GS25 '소다향 호빵', 팔도 '라임향 왕뚜껑', bhc '로젤킹' 이미지. [사진=각 사 제공]

반면 MZ세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출생 세대를 아우른다. 최대 사반세기 간극이 발생하는 만큼 집단적 정체성을 분류하기 어렵다. '하두리', '세이클럽'을 쓰던 소비자와 '틱톡'을 쓰는 소비자에게 같은 마케팅 방법을 활용하는 셈이다. 

이색 행보가 반짝 이슈몰이에는 성공하더라도 장기적 캐시카우 역할을 하긴 어렵다. 다른 업종과의 이색 컬래버레이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이색 조합으로 MZ세대 마케팅을 진행했던 한 식품사는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일으켜 '안전 불감증'이란 비판을 받았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젤리 용기' 형태로 된 손 소독제를 마시는 사고는 지난해 11건이나 접수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판매를 금지하면서 제조비용도 못 건진 식품기업도 여럿이다.

MZ세대라는 틀에 개개인의 성향을 억지로 짜 맞춰 고정관념을 키우는 것도 문제다. 합집합으로 묶는 추상적인 접근보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세밀한 소비자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의 다양성을 먼저 이해하고, 교집합의 요구를 찾아내 이를 마케팅에 녹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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