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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부장판사, 이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김동진 부장판사, 이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 업다운뉴스
  • 승인 2014.09.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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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소신이다?

“이런 사람 또 없습니까?” 김동진 부장판사의 소신에 누리꾼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동료 판사의 판결을 자못 한탄조로 꾸짖은 김동진 부장판사, 그의 글은 사이버 세상에서 격한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어느 한 쪽의 정치색에도 편향하지 않은 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판결에 울분을 토한 김동진 부장판사의 글은 적잖은 울림을 안겨줬다.

 

 

 

김동진 부장판사의 글이 게재된 것은 지난 13일이다. 이날 오전 7시께, 성남지원 김동진(4. 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일종의 소신 선언문이라 할 수 있는 이 글에서 김 부장판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내려진 집행유예와 무죄 판결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지난 11일, 이범균 판사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에게 국가정보원법(정치관여 금지)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더불어 이 판사는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판결했다. 선거개입에 관한 혐의에서는 무죄, 그나마 정치 관여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니 원 전 원장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은 없는 셈이다.

김동진 부장판사가 개탄의 글을 쏟아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게재한 글에서 김 부장판사는 “국정원이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한 사실”이라며 원 전 원장에 대해 내려진 재판부의 결정을 ‘지록위마의 판결’이라는 말로 혹독히 비난했기 때문이다. 실질적 권력자가 ‘사슴’을 두고 ‘말’이라 주장하자 대개의 신하들이 그의 편을 들며 ‘사슴’을 ‘말’로 둔갑시켜버렸다는 ‘지록위마’, 이것이야말로 힘 있는 정부의 편에 서서 원 전 원장에게 ‘유죄’가 아닌 ‘무죄’를 판결한 이범균 판사의 결정과 일맥상통한다는 게 김동진 부장판사의 주장이었다.

동시에 김동진 부장판사는 이범균 판사가 자신의 입신영달을 위해 이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둔 이 판사가 다분히 사심 가득한 판결을 내린 것이 모든 사단의 원인이라는 게 김동진 부장판사의 주장인 것.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판결문의 내용에 울분을 토하며 이를 ‘궤변’이라 표현한 김동진 부장판사, 그는 “어이가 없다”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압축해서 표현했다.

김동진 부장판사가 쏜 비난의 화살은 정부에까지 이어졌다. 그는 “2013년의 가을이 법치주의가 죽어가기 시작한 암울한 시기”라 표현하며 지금의 정권을 패도정치라 비난했기 때문이다. 권세와 무력으로 천하를 장악한 채 국민을 다스린다는 의미의 패도정치, 이는 세월호 참사와 이로 인해 팽배해진 정권의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며 김동진 부장판사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장문의 글로 법치주의의 몰락을 개탄한 김동진 부장판사, 자신은 지금의 ‘편 가르기 풍조’와 전혀 무관하다 강조하며 “법치주의 수호는 판사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책무”라 말하는 그의 글에 인터넷이 다시 한 번 술렁이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던 누리꾼들은 “김동진 부장판사의 명문 글을 없앴다고? 하늘을 우러러 한점의 부끄럼도 없다면 굳이 지울 이유가 없지 않나?”, “한편으론 김동진 부장판사가 걱정된다. 그의 앞날이 험난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어쨌든 배운 사람이라 그런지 글의 설득력이 장난 아니다. 읽다보면 한 결 같이 맞는 말 뿐이네. 내 속이 다 시원하다”, “분분한 여론과 이 글이 이번 사건의 항소심 판결에 제법 영향을 미칠 듯하다. 대법원도 귀가 있다면 자신들한테 쏠린 여론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겠지”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최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