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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빚폭탄 이고 사는 자영업자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4.0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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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이 빚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영업자 부채 규모(대출액)가 520조원을 기록했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3억 2400만원이나 된다.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정보(나이스)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자영업자 160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해 내놓은 결과이다.

한국은행이 자영업자 대출자 1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추정해 발표한 480조원보다 40조원이나 많은 규모다. 실제로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지 않고 가계대출만 받은 자영업자는 조사의 어려움 탓에 집계에서 누락됐기 때문이다. 이 대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1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영업자 문제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침체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퇴직자들은 노후 준비는커녕 자녀 뒷바라지도 끝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이 들어갈 데가 많으니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고 빚을 내 치킨집, 편의점, 커피전문점 창업으로 나서는게 현실이다. 제한된 시장을 놓고 제살 뜯기식의 출혈·과당경쟁을 벌이다 보니 가진 돈을 모두 날리는 일이 허다하다.

자영업자의 절반은 한 달에 100만원 벌기도 벅차다. 창업 5년도 안돼 열에 일곱, 여덟은 문을 닫는다. 그렇지만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주변에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실제로 올 들어 가계대출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폭도 가파르다. 대출 총액은 2012년 354조원에서 불과 4년만에 47%나 급증했다. 해마다 적게는 20조원, 많게는 60조원 이상 증가했다. 전체 가계부채가 1344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자 빚이 40% 가까이 된다. 이들 자영업자 중 연간 3000만원 미만 소득자가 4년 전인 2012년(18.6%)보다 3.2%포인트 늘어난 21.8%이다. 이들의 가처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도 41.9%로 상용근로자 가구 30.1%보다 훨씬 높아 질도 아주 좋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연말까지 두 차례 금리를 더 올리겠다고 시사했다. 이제 미국 기준금리와 한국 기준금리(연 1.25%) 간 격차는 0.25%포인트다. 미국이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한국보다 높아진다. 극심한 내수 부진과 ‘고용 없는 저성장’ 돌파를 위해서는 금리를 동결해서 경기를 부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자니 1344조원의 가계부채가 걱정이다.

대출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추가 이자부담이 9조원 늘어난다. 특히 자영업 대출은 일반 가계의 담보대출보다 상환능력이 떨어져 금리부담에 대한 위험도가 훨씬 높은 만큼 대규모 부실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핵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출금리가 0.1%포인트만 올라가도 폐업도가 10% 가까이 증가한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을 구하려면 내수 확대 등 경제를 살리는 것이 근본 처방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정부가 연초 자영업자를 유형별로 나눠 과당경쟁이 예상되는 업종과 지역 대출 억제 등 대책을 발표했다. 예컨대 치킨집이 몰려 있는 지역에는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대출 관리는 될 수 있겠지만 자영업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자영업자들은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망하면 가족 전체가 극빈층으로 떨어진다. 자영업자의 몰락은 중산층 붕괴로 연결돼 한국 경제의 뿌리를 흔든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 관리와 함께 대출금리 상환 부담이 커진 한계가구와 한계기업,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 줄 정책을 마련하고 고위험 대출을 하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에는 충당금을 더 많이 쌓도록 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자영업자 스스로는 사전에 창업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철저한 시장조사를 하는 등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너도나도 상가 임차권 보장 등 자영업 보호를 높게 외치고 있지만 그런 정도는 택도  없는 소리다.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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