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국내 저축은행들이 올해 3분기에 대출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으로 사상 최대 순익을 거뒀다. 하지만 정부가 법정최고금리 인하(현행 24%에서 20%로)를 확정하면서 고금리 위주의 저축은행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저신용 차주의 대출이 더 어려워져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 3분기 저축은행 영업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357억원)보다 9.0%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축은행들은 충당금 적립률 상향조정 등으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2257억원 증가했으나, 이자수익(3934억원)의 증가로 순이익 규모가 커졌다.
금감원은 이자수익 확대는 자산이 증가하면서 대출을 늘린 영향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85조3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말보다 10.6% 증가했고, 총대출은 73조2000억원으로 12.6% 늘었다. 기업대출은 법인대출 위주로 10.4% 늘고, 가계대출은 신용대출 위주로 13.5% 증가했다.
순이익 실현에 따라 이익잉여금이 늘어나면서 자기자본도 지난해 말 대비 10.2% 증가한 10조원을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건전성 현황을 보면, 연체율이 소폭 상승했으나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말 기준 총여신 연체율은 3.8%로 지난해 말보다 0.1%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달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4.1%를 기록, 지난해 말보다 0.2%포인트 올랐고, 법인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상승 폭은 똑같이 0.2%포인트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말 대비 0.1%포인트 내린 3.5%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4%포인트 내려갔고, 가계신용대출도 0.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4.6%로, 지난해말보다 0.1%포인트 내렸다. NPL 비율은 낮을수록 여신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0.4%로, 작년말보다 2.6%포인트 내렸지만 모든 저축은행이 요적립액 대비 100% 이상 적립한 상태다. 요적립액이란 금융감독규정에 명시한 건전성 기준에 따라 저축은행이 쌓아야 할 적립액을 말한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61%로, 지난해 말보다 0.22%포인트 하락했지만 규제 비율인 7∼8%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르면 연말부터 이같은 저축은행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법정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인하하면서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이자수익도 급감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앞서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을 논의한 뒤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4%포인트 인하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저축은행중앙회가 19일 공시한 '가계신용대출 금리대별 취급현황'에 따르면 연 20% 금리 초과 대출 비중은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지난달 기준 전체대출 대비 22.9%를 기록했다. 2위 OK저축은행 역시 20.9%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대형 저축은행들조차 연 20~24% 금리 비중이 큼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시행되면 이자손실이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법정 최고금리 연 24% 초과 대출잔액은 770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앞선 두 은행의 통계는 지난 6개월 전인 4월과 비교해 각각 10%포인트 줄어든 비중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형 저축은행들은 이미 내년 경영전략에 이자수익 감소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A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이번 조치로 단기적 이자수익 감소는 있겠지만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이미 고금리 대출 비중이 많이 줄어 큰 영향은 없다"며 "문제는 저신용 차주(8~10등급)들의 대출이 막히는 사례가 늘어나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가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B 저축은행 관계자도 "지금은 기본적으로 대형 저축은행에서부터 중소형 저축은행에 이르기까지 수익성 악화는 공통적으로 빚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형사들은 기초체력이 있어 대응할 수 있으나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2금융권은 1금융권과 비교해 봤을 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금리가 높아 이익을 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조달금리나 여러 비용들에서 불리함을 감수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저신용 차주가 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이 막히면 정부와 금융당국이 어떤 후속지원을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의 이번 법정최고금리 인하 조치로 직격탄을 맞는 건 저신용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은 고금리대출을 줄여나가면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지만, 저신용차주는 2금융권에서마저 대출길이 막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