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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도둑맞은 내 집중력, 되찾아 오려면?(下)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07.3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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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디지털 기기의 남용이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력 중에서도 '집중력 감소'는 치명적이다. 집중력은 일상생활 전반에서 이뤄지는 행위의 질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 대책으로 '디지털 디톡스'가 등장했지만, 도서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궁극적인 원인은 테크 기업들의 행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디톡스'는 개인이 주도하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명확한 한계를 갖는다. 테크 기업들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진=언스플래쉬]
'디지털 디톡스'는 개인이 주도하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명확한 한계를 갖는다. 테크 기업들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진=언스플래쉬]

■ 개인만으론 어려운 현실

요한 하리가 지적했듯, 디지털 디톡스와 같은 개인 차원의 해결 방법이 갖는 한계는 명확하다.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대응 방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인이란 명백하다.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의 문제, 즉 지속적으로 SNS 앱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뿐 과정에서의 윤리 의식은 부재한 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여기에 더해 모든 것이 디지털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 혼자만 디지털 기기를 멀리했다간 정보 소외, 소통 장애 등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요한 하리가 책의 도입부에서 실험을 위해 모든 디지털 기기를 제하고 인적이 드문 프로빈스타운으로 떠났지만, 이것이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음을 드러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오늘날 모든 소통이 디지털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문화적 요소를 고려한다면 스마트폰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는 ‘유퀴즈온더블럭’에서 “한국인의 심리 중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관계주의”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설명하는 ‘관계주의’란 ‘타인의 취향이나 선택에 따라 의견을 바꿀 준비가 돼 있는 관계 지향적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가장 단순하게는 누군가와 함께 식당에 갔을 때 자신의 메뉴부터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먼저 의사를 묻는 행위가 있다. 상대의 선택에 이미 영향받을 준비가 되어 있기에 이런 행위를 한다는 것이 허 교수의 설명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세바시’를 통해 한국인이 특히 좋아하는 칭찬법이 있다며, 그 근거로 관계주의를 들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특이하게 ‘나’라는 주어 대신 ‘우리’라는 주어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인 만큼, 관계를 통해 자아를 정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대 여성 K씨는 “카카오톡 앱 사용에서 오는 피로함으로 앱을 지웠더니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을 왜 지웠냐며 불편하다고 다시 설치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메신저를 사용하고 싶지 않아도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30대 여성 B씨는 “인스타그램을 지운 뒤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점차로 자신이 소외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나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데, 알고 보면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한 서로의 게시물을 소재로 이야기하는 거였다. 대화에 참여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인스타그램에 다시 가입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만의 이야기일 것 같지만, 노년층도 다르지는 않다. 한국미디어패널조사가 2021년 베이비붐 세대(만 55~65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다양한 SNS 중에서도 카카오 스토리(38.3%) 및 네이버 밴드(33.7%)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스토리는 단순 카카오톡 프로필 꾸미기가 용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네이버 밴드는 주로 동창회나 친구 모임, 가족 모임, 취미 모임 등을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노년층은 주로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며 여가 생활을 보내는 경향이 있어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 밴드 활동 역시 필수적일 수 있는 것이다.

'관계주의' 문화가 지배적인 한국에서 대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SNS 앱을 나홀로 사용하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진=유퀴즈온더블럭 캡처]
'관계주의' 문화가 지배적인 한국에서 대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SNS 앱을 나홀로 사용하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진=유퀴즈온더블럭 캡처]

■ 기업들이 변화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자신의 핸드폰과 노트북, 소셜미디어 계정을 계속 보유하면서 집중력을 훨씬 잘 발휘할 수 있다. 이것들이 다른 종류의 유인책 위에서 설계된다면 말이다.”.

요한 하리의 말이다. 결론적으로 개인이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서 끊임없이 우리를 현혹하는 테크 기업들의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 윤리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로 거세지고 있는 지금, 변화는 없을까? 테크 기업들이 실적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삶 또한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한 흐름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기기 사용 시 스크린 타임을 제한하는 ‘디지털 웰빙’ 기능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사용 중지 권고 알림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능은 페이스북을 사용한 지 20분이 지나면 사용 중지를 권하는 알림이 나타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밤 시간대에 오랜 시간 동영상을 시청하면 사용중지를 제안하는 기능을 신설했다.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향후 해당 기능을 테스트해 보고, 다른 나라로까지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에도 ‘시청 중단 시간 알림’, ‘취침 시간 지정하기’, ‘앱 사용 시간 설정하기’ 기능이 있어 앱 내 설정만으로 사용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기능을 잘만 사용한다면 설정을 통해 사용통제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다만 자세히 뜯어보면, 디지털 웰빙 역시 통제 권한을 이용자에게 넘겨주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은 개인의 의지가 수반되는 행위라는 것이다.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종류의 유인책이란, 트리스탄 해리스가 설계한 한 앱이 보여주는 기능에서 드러난다. 이 앱은 어떤 글을 읽는 도중에 또다시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가 어느새 길을 잃고 마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한 페이지 내에서 궁금한 정보를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면 기사를 읽는 도중에 궁금한 단어가 등장했을 때, 새 페이지를 열어 다시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단어를 그대로 드래그하면 단순한 팝업창이 띄워지면서 보고 있는 페이지를 벗어나지 않고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단순하지만, 구글도 이 기술을 탐냈을 정도로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이용자는 처음부터 필요로 했던 정보만 취할 수 있게 되고, 웹 사이트에도 오래 머물지 않게 돼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결과로 테크 기업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참여도는 줄어들 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기술’을 향한 요구와 움직임은 멈춰선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이 요구를 외치지 않는 한, 이들 기업의 전략 방향은 수정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될 가능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웰빙' 역시 개인에게 통제 권한을 넘겨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점이 드러난다. 기존과 다른 차원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사진=언스플래쉬]
'디지털 웰빙' 역시 개인에게 통제 권한을 넘겨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점이 드러난다. 기존과 다른 차원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사진=언스플래쉬]

■ 변화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

요한 하리는 디지털 기기의 남용이 집중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깨닫고 난 후로는 1년 중 6개월을 SNS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낸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대형 플라스틱 금고를 구해 일정 시간 휴대폰을 넣어두고 사용하지 않거나, 스스로의 산만함에 대처하는 방식을 바꾸고, 딴생각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자신을 내버려 두기도 하며, 엄격한 수면 시간을 지키는 등의 실천을 통해 집중력도 회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자신이 계산한 추정치에 따르면, 15~20%가량으로 집중력을 향상시켰다고 한다.

비록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제목처럼 우리 스스로 집중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집중력을 ‘도난당했다’라는 점이 핵심임을 표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 차원의 노력도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너무나 빠른 데 비해, 그 과정에서 기술을 이용하는 주체인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련된 규제의 정립은 한참 뒤떨어진 모습이다. 그것이 디지털 기술 출현 시점부터 지속되어 온 집중력 감소의 문제가 이제는 AI 기술 범람의 시대가 된 오늘날에 와서 더욱 크게 거론되고 있는 이유일 테다.

“진정한 해결책, 실제로 우리가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존재한다. 그 해결책은 우리에게 문제를 철저히 재구성하고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라던 요한 하리의 말처럼, 이제는 개인적 책임을 넘어선 사회적 책임으로서도 연대를 통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움직이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요한 하리 역시 프로빈스타운에서 경험했던 3개월간의 실험 후, 값진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변화를 위해 움직였고, 성과는 그에 응당한 결과였다. 그가 독자들로 하여금 행동하도록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돌아왔어! 내 뇌가 돌아왔어! 내 뇌가 고장 났을까 봐, 이 실험으로 내가 영원히 퇴화하는 멍청이라는 사실만 드러날까 봐 두려웠었다. 그러나 이제는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도감에 눈물이 흘렀다”. 변화를 시도할 때란 아직 늦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 글쓴이는? - 대학교 시절부터 일찌감치 피로를 느껴 SNS 계정을 여러 차례 삭제해 봤지만 돌아오기를 반복. 이제는 카카오톡이 아닌 인스타그램 DM으로 소통하는 지인들을 보며 계정 삭제는 그만두기로 했다. 다만 여러 번의 시도로 SNS 사용 빈도는 확실히 줄일 수 있게 됐다. 여전히 SNS를 좋아하지만, '헤비 유저'(heavy user)는 아닌 '라이트 유저'(light user) 수준으로. 그런데도 집중력만큼은 좀처럼 회복이 안 된다.

■ 취재후기 - 멀티태스킹을 밥 먹듯 해왔는데 멀티태스킹이라는 단어 자체가 허구라는 걸 완전히 깨닫게 됐다. 지금부터라도 휴대폰에서 실시간으로 울리는 알림들을 삭제하고, 정말 중요한 앱의 알림들만 남겨놓을 생각이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겠지만, 시작은 개인부터여야 한다. 내가 그린 행동의 파장으로 우주까지는 못 바꾸겠지만 주변 지인 몇 명 정도까지는 이야기라도 나눠볼 순 있겠지.

SNS에서 '트위터 탈출 치트키'라 불리는 것을 보고 어쩌면 SNS 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그간 모두가 공감해 오고 있기는 했으나, 그저 행동의 신호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답은 이미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웠다면, 이제는 정말 움직여야 할 때. 다소 진부한 결론이지만 정답은 그뿐이다. 지름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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