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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동결자금 미해결에도 한국선원들 우선 석방...대미관계 개선 손짓?
이란, 동결자금 미해결에도 한국선원들 우선 석방...대미관계 개선 손짓?
  • 강성도 기자
  • 승인 2021.02.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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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이란 정부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한 달 가까이 억류 중인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 선원 대부분을 풀어주기로 했다. 다만 한국인 선장과 선박에 대한 억류는 이란이 주장하는 해상오염 관련 조사를 마칠 때까지 계속된다.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자금 70억 달러(7조6000억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이란이 선원들을 석방한 것을 두고 동결자금을 돌려받기 위한 압박 차원,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의 '핵합의(JCPOA)' 복귀 협상을 재촉하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나포 후 이란항 향하는 '한국케미'호가 CCTV에 찍힌 모습. [사진=연합뉴스]
나포 후 이란항을 향하는 '한국케미'호가 CCTV에 찍힌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스탄불발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일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킨 혐의로 억류된 한국 선원들이 한국 정부의 요청과 인도주의적 조처에 따라 출국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우리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한국케미호의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에 대한 억류를 우선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케미호에는 총 20명의 선장·선원이 탔는데, 한국인 5명, 미얀마인 11명, 베트남인 2명, 인도네시아인 2명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 선장은 해상 오염에 대한 조사를 이유로 석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선원들의 석방 및 귀국 일정, 이란과 한국 정부간 어떤 합의가 이뤄졌는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지난달 4일 한국 국적 화학제품 운반선인 한국케미를 환경 규정 위반 혐의로 억류했다. 최종건 한국 외무부 1차관이 실무자를 만나 선원들의 석방을 촉구했을 때도 이란은 사법 절차에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케미 나포는 동결자금 회수와 무관한 환경오염 법규 위반에 따른 '기술적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케미' 나포에서 석방까지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케미' 나포에서 석방까지 [그래픽=연합뉴스]

한국 정부도 '분리 대응' 원칙을 세우고 이란 측에 조속한 선박 억류 해제를 요청했다. 이란 동결자금 관련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미국측과 협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미 협의를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이란측에 설명했다. 그 결과 29일 만에 선원 석방이라는 성과를 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동결대금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자, 이란이 선박 나포 문제가 장기화되면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할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선원 석방을 결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협조 없이는 동결자금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갈등을 불러온 대외정책을 재검토해 전세계에 관여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제재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자, 선제적으로 한국 선원들을 석방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