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재계에서 대표적인 '내실형' 경영자로 꼽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조직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롯데쇼핑이 롯데그룹 계열사간 거래와 물류센터 유동화로 1조5000억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한 가운데 체질 개선이 더뎠다는 지적을 받은 롯데쇼핑이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출범 1주년을 맞은 롯데그룹 통합쇼핑플랫폼 '롯데온'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분야 분위기 쇄신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 업체와 출혈 경쟁을 하지 않겠다던 롯데온이 대규모 할인 행사와 함께 검색, 결제 서비스 개선에 나선 것이다.
롯데온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롯데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쇼핑플랫폼이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온의 연간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온라인몰 통합 이전 때보다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20%)을 고려하면 부진한 수준이다.
이에 롯데온의 수장으로 임명된 나영호 대표는 첫 프로젝트 명칭을 '온(ON)세상 새로고침'이라 지었다. 수익성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짜겠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온의 첫번째 새로고침은 명품 행사로 마무리된다. 병행 수입으로 확보한 인기 명품 브랜드 약 20만개 상품을 최대 3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본격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며 공격 모드에 돌입했다.
여기에 롯데쇼핑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롯데쇼핑이 보유 중인 롯데월드타워몰 지분 8300억원가량을 롯데물산에 넘긴 것을 두고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실탄 장전'이란 분석도 나온다. 계열사 간 거래로 자금 수혈에 나섰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 7300억원 규모의 부동산(5개 점포·물류센터 토지)을 롯데리츠를 통해 유동화했다. 매각자금과 물류센터 유동화 자금을 합하면 롯데쇼핑이 확보한 자금은 1조5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온라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이커머스 업체 인수에 자금을 투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는 그간 유력 사업자 인수를 통해 신규 시장에 진입해왔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할 경우 현재 3% 수준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16.6%), 쿠팡(13%)에 이어 시장점유율 12.4%로 3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이커머스 체질 개선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중고나라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된 사모펀드(PEF)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300억원가량의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 소비 증가 속에 급성장 중인 이커머스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롯데쇼핑은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신사업 진출과 관련해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은 감당할 몫이다. 신세계와 쿠팡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더뎠던 디지털 전환이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