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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가입자 절반이 '청구 포기' 경험...손보사 편의책만으로는 해법 한계

  • Editor. 김지훈 기자
  • 입력 2021.05.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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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지훈 기자] 회사원 곽모(38·경기 화성시)씨는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 각종 진단서와 영수증을 받아야 했다. 금융권은 디지털화가 잘 돼있는 만큼 보험비 청구 과정이 간단할 줄 알았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몇 년 만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만큼 당연히 자동청구가 될 줄 알았다"며 "만약 병가 중이 아니었다면 반차나 연차를 써야 했을 만큼 번잡한 과정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4000만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시민단체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명 중 1명은 최근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구금액이 적거나 보험사에 제출할 증빙서류 준비과정이 귀찮고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청구 방식이 이뤄지면 고객 불편이 해결되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실손보험금 자동청구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손해보험사들은 병원 제휴를 맺거나 앱(애플리케이션) 개발, 키오스크 등을 통해 고객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편의책을 내놓고 있지만 고객들의 볼멘소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원하는 해법이 입법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손보사들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와함께, 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시민단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3~26일 만 20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6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7.2%가 최근 2년 내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의 소액청구건이 95.2%로 가장 많았다.

실손보험 청구 관련 설문결과. [자료=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제공]
실손보험 청구 관련 설문결과. [자료=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제공]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이유로 ‘진료금액이 적어서’(51.3%)이 가장 많았고 ‘진료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순이었다.

아울러 실손보험 청구 방식이 편리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36.3%에 그친 반면 실손보험금 청구 시 전산 청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8.6%에 달했다. 진료받은 병원에서 보험사로 증빙서류를 전송하는 방식에 대해 85.8%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 청구시 증빙서류를 전산시스템으로 발송할 경우 민간 핀테크기업이나 보험업 관련단체에서 관련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기보다는 개인정보보호가 잘되고 신뢰도가 높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것을 선호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의료계가 우려하는 개인정보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민간업체보다는 이미 검증되고 정보유출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물을 수 있는 공공기관이 민감한 진료정보를 중계해 보험사에 전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실손의료보험 청구전산화는 의료계나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현재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3900만명의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임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건의 보험금 청구를 위해 진단서, 청구서(개인정보활용동의서, 보험금지급청구서)와 증빙서류(영수증, 진료비계산서, 진료비세부산정내역서) 등 여러 종류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청구 방법은 초창기의 전통적 방식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보험회사는 과다한 보험금 지급행정 부담, 피보험자는 청구 시간 소모, 미청구로 인한 상대적인 손실, 의료기관은 종이증빙서류 발급과 행정부담 가중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바라본다.

2009년 실손의료보험 청구절차의 불편을 해소하라는 국민권익위의 개선권고 이후 실손보험 청구전산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두 차례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금 자동청구가 이루어지면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며 "정부와 손해보사들은 실손보험금 자동청구 방식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금 자동청구에 반대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의료기관이 민간보험사의 요구대로 서류를 전송하는 등의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환자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며, 의료계는 실손보험금 자동청구 방식이 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 등이 관리·통제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병·의원들과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 오고 있다. 손보사들은 병원들과 제휴를 맺거나 키오스크, 앱을 통해 고객들이 청구과정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키오스크의 경우 동의가 이뤄지면 보험 치료비 납부 후 기능을 통해 병원에서 받은 치료 데이터가 손보사로 전해지면서 자동으로 보험청구가 진행된다. 앱 기능을 이용해 증빙 자료를 사진 촬영해 전송하면 언제 어디서든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2019년 국회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촉구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2019년 국회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촉구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손해보험사들의 대처로는 역부족인 터라 금융소비자들의 볼멘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 달 전 보험금을 청구한 김모(34)씨는 "병원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손보사 앱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했다"며 "병원을 방문하고 앱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 과정이 가장 진 빠지는 과정인데 전혀 고객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에서 서류 하나 떼주면서 진단서 비용을 몇 만원씩 요구하는 것 역시 부당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최근 보험금을 청구한 이모(66)씨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면 모든 과정이 혼란스럽다"며 "스마트폰이 있어도 앱 사용법을 모르겠고, 결국 자식에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이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적극행정위원회를 열고 올해 상반기 내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 5가지를 선정했는데, 여기에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가 포함됐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이 일일이 영수증을 보험사에 보낼 필요 없이 병원이 알아서 청구해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보험가입자가 병원비를 계산할 때, 병원에 실손보험 청구를 요청한다면 병원이 전자문서를 전문기관에 보내면 자동적으로 보험사로 전달되는 제도다. 이처럼 실손보험금 자동청구 도입되면 수기로 서류를 전송할 필요가 없어져 보험가입자들이 편하게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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