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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 쓴 여서정·우상혁 도쿄의 힘찬 도움닫기, 파리의 화려한 도약으로
새 역사 쓴 여서정·우상혁 도쿄의 힘찬 도움닫기, 파리의 화려한 도약으로
  • 최민기 기자
  • 승인 2021.08.02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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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도쿄의 힘찬 도움닫기, 파리의 화려한 도약으로.

불과 몇 초 안되는 도움닫기로 어떻게 화려하게 비상하고, 얼마나 높이 날아오르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지를 가리는 승부에서 태극 남매가 한국 올림픽 도전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썼다. 여서정(19·수원시청)이 여자 체조에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탄생했고,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육상 트랙&필드 사상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인 4위까지 대약진하는 활약을 펼쳤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을 기록,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15.083점), 마이케일러 스키너(미국·14.916점)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여서정이 도마 결선에서 난도 6.2의 기술 '여서정'을 완벽하게 마무리해 1차시기 1위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절대강자 시몬 바일스(미국)가 심리적 압박으로 기권한 가운데 여서정은 1차 시기에 고난도 연기로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의 이름을 딴 난도 6.2점의 '여서정' 기술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후 밝게 웃음을 지었다.

완벽한 착지로 출전 8명 중 가장 높은 15.333점을 받아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고 2차 시기에선 비교적 쉬운 난도 5.4점의 ‘유리첸코’ 기술을 시도했다. 하지만 착지에서 두 발짝 앞으로 튕겨나는 실수를 해 2차 시기 7위에 해당하는 14.133점에 그쳤다.

그동안 실수가 적었던 기술이기에 아쉬움은 컸지만 평균 점수에서 3위에 올라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메달리스트로 한국 체조에 역대 10번째 올림픽 메달(금1, 은4, 동5)을 안겼다.

한국 올림픽 도전사의 첫 '부녀(父女) 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올렸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도마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여홍철(50) 경희대 교수의 뜀틀 DNA를 물려받아 마침내 올림피아드에서 '거룩한 메달 계보'를 이은 것이다.

여서정이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서정이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서정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1차 시기에 너무 잘 뛰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 2차 시기에서 실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온 뒤 아빠가 장문으로 많은 글을 써줬고, 지금껏 잘해왔으니 열심히 준비하라는 격려를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한 뒤 "아버지가 계셔서 그간 부담감도 많았다. 보는 시선도 많았는데 이젠 더 열심히 준비해 아버지를 이겨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 여 교수의 기술인 '여2'를 응용해 만들어낸 '여서정'으로 동빛 착지를 이룬 그가 이제는 자신의 이름으로 고난도 기술을 더욱 예리하게 벼려 3년 뒤 파리에서 금빛 영광을 노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여서정과 동갑내기로 남자 기계체조의 샛별로 주목받는 류성현(한국체대)은 마루운동 결선에서 14.233점을 받아 8명 출전 선수 중 4위를 차지했다. 0.3점의 감점만 없었다면 동메달도 가능했던 만능 플레이어로 3년 뒤 메달 도약 전망을 밝혔다.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슬럼플 탈출을 도운 김도균 코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입대한 우상혁은 비록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힘찬 비상으로 한국 육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우상혁은 육상 트랙&필드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어 4위를 기록했다. 2m39까지 도전했지만 실패. 도쿄의 비상은 거기까지였지만 1997년 이진택이 세운 종전 한국 최고기록(2m34)을 24년 만에 갈아치웠다. 아울러 한국 육상 트랙&필드 사상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종전 8위)을 달성했고, 올림픽 결선에 오른 것도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높이뛰기 이진택 이후 25년만이다.

어린 시절 사고를 당해 한쪽 발이 15mm 가까이 작은 악조건을 딛고 일어선 우상혁. 2년 전까지만해도 부상으로 슬럼프를 겼었지만 도쿄에서 새 희망을 확인한 그는 "기록을 1cm 올리는 데 4년이 걸렸다. 근데 올림픽에서 4cm를 깬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라고 기뻐했다. 다시 3년 뒤 목표를 높이며 거수경례를 했다. "다음 올림픽 목표는 우승이죠. 가능성을 봤다. 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