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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확률형' 시스템이 화두로 던진 '게임의 근본' 회귀

  • Editor. 김지훈 기자
  • 입력 2021.10.0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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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지훈 기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18년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들에게 아이템을 공정하게 나눠주기 위한 기술적인 장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게임사의 매출을 주로 담당하는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시스템은 게임 내 캐릭터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을 낮은 확률의 뽑기로만 얻을 수 있도록 한 비즈니스모델이다. 특정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없고, 매우 희박한 확률에만 의존해 뽑을 수 있다 보니 이용자들 사이에서 '도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확률형'이라는 말은 아이템뿐만 아니라 게임 내 각종 시스템뿐만 아니라 캐릭터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아이템을 넘어 결국 현금을 쓰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어려운 사태까지 발생됐다.

예를 들어 A게임 내 문양 확률 시스템을 보자. 총 20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을 때 한번 시도할 때마다 시도 비용은 배로 올라가게 된다. 첫번째 시도에서 1000원 들었으면 두번째 2000원, 그 다음은 4000원, 그렇게 해서 나중엔 수천만원까지 갈 수 있다. 

문제는 20번 도전에 30칸 채우기인데 한번 도전에 1~3칸이 랜덤으로 채워지고 수천만원 들여도 20번 기회 모두 1칸씩 채워지면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30칸을 못 채운다. 그러면 다시 초기화하고 새로 1000원부터 시작하게 된다. 유저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게임 내에서 유리한 입지에 서기 때문이다. 문양을 하지 않은 유저가 문양을 한 유저를 이기기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김지훈 기자 

사실 확률형 시스템은 꾸준히 문제로 제기된 게임업계의 병폐다. 올해 초 연이어 대형 게임사들의 확률형 시스템은 문제시됐고 결국 유저들이 게임을 기피하고 다른 게임으로 유입되는 사태까지 불러왔다.

유저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커뮤니티는 물론 유튜브, SNS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제되는 부분을 공유하고 트럭시위를 한다거나 집단행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행위들은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게임사는 꼬리를 내렸지만 파급효과는 예상 외로 컸고 이달 국정감사에서 게임업계 중요 사안으로 다뤄지게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의 매출을 17조원으로 추정했다. 국내 게임의 해외 위상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9년 국내 게임산업은 64억달러(7조5000여억원)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의 16%를 차지하는 규모다. 지난해 한국은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점유율 5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확률형 시스템으로 과금 문제가 대두되면서 국내 게이머들의 여론 변화가 일어났고, 중국 게임의 활약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성수기인 4분기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신작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장르와 플랫폼, 과금 체계를 다변화해 현지화에 노력을 기울인 신작들로 해외 진출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산 게임들이 해외에 진출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한국의 확률형 시스템은 외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형태이기에 수익 다각화를 위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어모은 펄어비스의 신작 '도깨비'. [사진=펄어비스 제공]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다듬은 한 편의 작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펄어비스는 최근 수집형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 '도깨비'를 발표, 세계 게임 업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끌어모았다. 지난 8월 독일서 열린 유럽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의 오프닝을 장식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왔다.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함께 만화풍의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등장해 사실적인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는 게임 속에 누군가의 추억을 녹이며 성장과정을 상기시킨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획일화 됐던 국내 게임의 방향성을 틀어버리면서 게임 근본으로 회귀하는 노력들이 강하게 묻어났던 결과로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최근 대표 게임인 리니지의 글로벌 버전인 리니지W의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 30일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초창기 리니지의 느낌 그대로 과금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이용자분께 동일한 성장과 득템(아이템 획득)의 재미를 돌려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미국 회사가 수준 높은 가상현실(VR) 게임 수준을 높일 동안 국내 게임사들은 유저들의 결제를 유도하는 특정 비즈니스 모델 수준만 높여놨다며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내 매출은 잘 나왔을지 몰라도 세계 시장에서의 고립은 심화됐다"며 "지금 혁신하지 못하면 미래의 희망이 절망으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젠 확률형 시스템은 게임사 입장에서 흥행 공식이라기보다 독이 됐다. 상황이 많이 바뀐 것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도박과 같은 시스템에 의존해 수익만 생각해서는 안 될 때다.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게임을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스트레스를 풀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게임 근본'으로의 회귀가 이뤄져야 한다.

매출과 숫자에 연연하는 현재 게임사의 의식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용자 과금 구조를 대폭 개편하고 외부에서 규제가 들어오기 전에 게임사가 스스로 꾸준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시스템을 갖추고 질적으로 우수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고 수익을 창출해나가야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확률형 시스템 문제가 국감에서 재점화됐다. 게임사들이 게임의 근본이라는 화두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용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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