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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플랫폼업계 1위가 너무 많다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1.12.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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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최근 유통가는 당근마켓, 무신사, 마켓컬리, 오늘의집 등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소비자가 수백, 수천만개에 달하는 상품을 일일이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이를 모아 큐레이팅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는 것이다. 장밋빛 미래 전망에 여러 기업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었다. 패션은 굵직한 플랫폼만 십여개가 넘는다. 명품, 중고거래를 포함하면 더 많은 플랫폼이 경쟁 중이다.

김혜원 기자
김혜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시장 특수, 시장 초입 등 여러 조건이 맞물려 플랫폼 기업들은 매년 두 자릿 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성장이 정체됐을 때를 대비해 투자자와 소비자 뇌리에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곳곳에서 '1위 타이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매출액, 월간활성사용자수(MAU), 입점 업체 수, 다운로드 수, 회원 수 등이 대표적이다. 플랫폼 기업은 한 달에 몇 번씩 '우리 회사가 1등을 했다'고 자료를 보내온다. 조사 방식의 신뢰도에 의문이 따르는 설문 결과라도 1위라면 적극 홍보에 활용한다.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이 지닌 힘 때문이다. 이 명함은 경쟁자가 많은 시장일수록 강력한 파워를 발휘한다.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예비 고객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뒷순위 기업을 알리는 과정에서 간접 홍보 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지표의 유의미성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플랫폼 측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1위 지표'가 재무나 시장 점유율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MAU가 10만 이하인 곳은 규모가 작아 성장 지표로 활용하기 어렵고, 무신사를 비롯한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W컨셉 등 빅5 패션 플랫폼의 MAU는 월별로 달라져 줄 세우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닥터나우, 무신사, 당근마켓, 크림 등 분야별 국내 주요 플랫폼 [사진=각 사 제공]
닥터나우, 무신사, 당근마켓, 크림 등 분야별 국내 주요 플랫폼 [사진=각 사 제공]

이와 관련해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MAU를 활용해 브랜드의 시장 내 위치를 홍보하는 기업이 있다. 그럼에도 1년 단위 거래액, 매출 순위를 보면 플랫폼별로 차이가 명확하다"면서 "회사의 성과를 부풀리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1위 타이틀 경쟁에 플랫폼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다른 곳이 하니까 자신들도 1위인 것을 찾아내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영향이다.

수백억대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한 한 플랫폼 관계자는 "투자자로부터 내부 홍보조직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우리가 1등인데 다른 회사가 1등이라고 홍보한다. 회사는 뭐 하고 있는 거냐'라는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 중요하게 보지 않아 발표하지 않았던 지표인데 투자자들의 반응을 고려하면 보도자료를 안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최근 플랫폼 시장은 1위가 많아졌다. 그렇다고 그 플랫폼이 앞으로 승승장구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집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도 아니기 때문이다. 홍보는 기업이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소통 접점을 넓히는 중요한 기능인 만큼 소비자의 혼란을 줄일 객관적 지표를 활용하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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