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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방역패스, 이제 논쟁은 '연령'에서 '기본권'으로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1.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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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방역이냐 기본권이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핵심축인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시행 한 달도 안돼 흔들리게 됐다. 법원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정부의 방역패스에 제동을 걸면서 찬반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패스 제도에 법원이 제동을 건 첫 사례인 만큼 '방역이 먼저냐, 기본권이 우선이냐'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본격적으로 촉발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일단 법원이 학습·직업선택권과 자기결정권에 방점을 찍으면서 청소년 방역패스를 둘러싸고 점화된 논쟁은 '연령'이 아닌 '기본권' 이슈로 넘어가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4일 청소년 방역패스를 반대하는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 학부모단체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지난해 12월 17일 제기한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한 스터디카페에서 관계자가 방역패스 안내문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한 스터디카페에서 관계자가 방역패스 안내문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결정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거나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성인 '미접종자'는 그동안 출입이 금지됐던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를 바로 이날부터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행정소송 본안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효력이 일시 정지되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정부의 처분이 '백신 미접종자가 학원 등의 시설을 이용할 권리, 학습권을 제한한다'는 점을 들어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사실상 헌법에서 보장하는 그들의 교육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백신 미접종자라는 특정 집단의 국민에 대해서만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불리한 처우를 하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백신 접종자의 이른바 돌파 감염도 상당수 벌어지는 점 등에 비춰보면 시설 이용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치료제가 도입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백신이 적극 권유될 수 있지만, 그런 사정을 고려해도 미접종자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존중돼야 하며 결코 경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같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성인 인구의 6.2%에 불과한 미접종자가 12세 이상 확진자의 30%, 중환자·사망자의 53%를 점유하는 만큼, 현시점에는 미접종자의 건강상 피해를 보호하고, 중증 의료체계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역패스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며 종전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방역패스 적용에 제동이 걸린 정부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해 방역패스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5일 중대본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미접종자 보호와 감염확산 차단, 의료대응 여력 확보를 위해 대상 시설을 한정해 방역패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향후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균형 있게 운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방역패스 적용 시설. [그래픽=연합뉴스]

백신 미접종자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첫 판단으로 방역패스에 대한 논쟁의 초점은 연령에서 기본권 제한으로 옮겨가게 됐다.

지난해 12월 3일 정부는 12~18세 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오는 3월부터 청소년도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에 방역패스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결정으로 신체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자기결정권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0일부터 백화점, 대형마트에도 방역패스가 확대 적용되는 데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라 기본권 제한 문제는 남은 방역패스 관련 소송을 둘러싸고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 백신 접종률이 90%를 웃도는 상황에서 실효성 없는 방역패스로 미접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미접종자에게 혼장(혼자 장보기)까지 막아 생필품 구매조차 제한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잦아들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법원 결정과 별도로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와 종교인, 일반 시민 등 1023명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 서울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 소송은 교육시설뿐 아니라 전체 방역패스 조치 전체의 효력을 다투고 있어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초미의 관심을 끌게 됐다. 이 사건의 집행정지 심문은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심리로 오는 7일 열린다.

정부의 방역패스 조치가 국민의 기본권 제한 논쟁으로 이슈화된다면 줄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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