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선집중] 시급해지는 주택 공급, 더 쪼그라드는 그린벨트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2.18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개발 행위가 제한된 ‘도시의 허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면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1971년 처음 지정된 그린벨트 해제 이슈는 대통령선거 때마다 주택공급 차원에서 주요 해결 수단으로 등장하는 소재다. 이번 20대 대선을 앞두고도 일부 후보들이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보존가치가 떨어지는’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경단체들은 지속가능한 국토를 미래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최후의 안전판’인 그린벨트의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국가 차원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역대 정부에서 손을 댔던 것처럼 그린벨트 해제 문제는 시급한 주택 공급정책과 맞물려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허파’인 경기지역 그린벨트가 50년새 분당신도시 면적의 9배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끈다. 17일 연합뉴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기도내 그린벨트 면적은 1131.705㎢로, 도 전체 행정구역 면적의 11.1%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971년 7월~1976년 12월 최초 지정 당시 1302.080㎢에서 13.1%인 170.375㎢ 축소됐는데, 이는 분당신도시(19.6㎢)의 8.7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린벨트는 8차례에 걸쳐 전국 14개 도시권에 전국토의 5.4%에 해당하는 5397㎢가 지정됐지만 도입 반세기 동안 해제 면적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주택공급 확대 명분을 앞세운 개발 논리에 밀려 그린벨트는 점차 축소돼 왔고, 2020년 말 기준으로 전국 7개 권역에 3829㎢만 남아 있다. 초기 지정 면적의 65% 수준이다.

최근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그린벨트 해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달 임시회 본회의에서 ‘창원시 개발제한구역 전면 해제 대정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그린벨트 전면 해제를 촉구했다. 또 양산시는 그린벨트와 토지가 겹쳐 피해를 보는 일부 주거지와 최근 마련한 2040 도시기본계획에서 대규모 택지단지로 지정된 곳의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개발제한구역 [사진=경기도 제공]
경기도 개발제한구역 [사진=경기도 제공]

대부분 그린벨트 해제 이유는 주택공급 명분에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 불안이 주택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을 받는 정부는 지난해 발표했던 2·4 공급대책을 통해 2025년까지 수도권 61만가구와 지방 22만가구 등 총 83만가구의 신규 용지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핵심 내용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경우 1년이 되도록 사업 용지가 확보된 구역은 7곳으로 1만가구가량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대책 발표시 제시한 목표치의 55% 수준인데,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비롯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다양한 타이틀을 달아 지속적으로 추진돼오고 있는데, 2019년 나온 수도권 30만호 주택공급 계획에 따라 들어설 3기 신도시와 중소규모 택지지구도 대부분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선 후보들은 보존가치를 따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서라도 주택 공급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질의 주택 공급으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지 이하 그린벨트를 활용해 택지를 확보하면 공급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내놓으면서다.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약을 내건 이후 역대 정부에서는 어김없이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졌다. 김 대통령이 공약에 맞춰 1999년 개발제한구역 제도를 개선하면서 이듬해 7개 중소도시권 1103㎢를 그린벨트에서 풀면서 해제가 본격화됐다. 노무현 정부는 남은 중소도시권 그린벨트도 해제하는 등 총 654㎢를 풀었다. 이명박 정부는 서울 강남 일대 그린벨트 88㎢를 해제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고, 박근혜 정부도 뉴스테이 건립을 위해 20㎢를 풀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속되는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3기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수도권 일부 그린벨트를 해제키로 했다.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그린벨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곳은 토지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대선 후보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환경론자들은 치솟는 집값 잡기와 그린벨트 해제가 맞바꿔질 수 있다는 논리에 반대한다. 그간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 개발의 부작용을 비판하면서다.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지난해 7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논평을 통해 “그린벨트를 훼손하면서까지 공급한 주택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며 “당시 주택가격 안정에 일부 역할을 했지만, 그린벨트 해제지역의 집값이 외곽지역에 비해 상당히 높게 형성됐다. 도심근접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결국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며 “그 사이 자연훼손과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또한 더욱 커졌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린벨트 해제만으론 충분한 공급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 오히려 녹지 개발로 투기 수요가 몰려 인근 부동산값이 오르고, 막대한 토지보상금은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집값 상승을 부추기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논리다.

눈앞에 닥친 주택 공급 난제를 풀기 위해 정치권까지 나서 그린벨트 해제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데, 환경 파괴, 부동산 쏠림 현상 등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대책부터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