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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씨의 생각] 캠핑장에 온 각양각색 '부부의 세계'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22.03.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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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시각각 수많은 생각에 잠깁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 섣부를까봐, 괜한 오해를 살까봐 드러내는 것 자체가 꺼려서 등등. 그렇다보니 적극 드러내는 이들의 생각이 여론인 양 활개를 치기도 합니다. ‘익명씨의 생각’은 이름값 대신 글의 진정성만으로 함께 공감하는 코너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좋은 생각이 있다면 누구라도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형식에 맞게 이곳 (webmaster@updownnews.co.kr) 으로 보내주시면 소중히 다루겠습니다. <편집자 주>

 

어느덧 춘삼월이다. 날씨가 사나웠다가 이내 나긋나긋해 지면 캠핌족(族)들은 설레기 시작한다. 열혈 캠핑 마니아들은 추운 겨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캠핑을 즐기지만 일반 캠린이(캠핑+어린이)들은 내공이 그렇게 쌓이지 않다보니 날씨와 미세먼저 여부에 따라 고(go) 또는 스톱(stop)을 정한다. 3월 초 날씨 좋고 공기 맑은 날 오랜만에 남한강이 보이는 캠핑장에 갔다.

오픈 시간보다 조금 일찍 들어가 텐트를 쳐 놓고 캠핑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차 한 잔을 마신다. 그리고 흐르는 강물을 보다가 내 주변에 하나둘씩 도착하는 팀들의 모습을 본다.

바닷가에서의 캠핑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바닷가에서의 캠핑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캠핑을 다닌 지 어언 일 년. 리빙쉘 텐트(거실 공간이 따로 있는 텐트)를 들고 다니는 우리 부부는 초창기 무거운 텐트를 치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러면서 남들은 어떻게 텐트를 설치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요, 재미요소로 다가왔다.

캠핑장에 오는 이들은 간혹 남자 또는 여자 동성 친구끼리 오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 단위와 부부와 연인 등 남녀들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텐트 치면서 각각의 역할이 매우 달라 흥미롭기 그지없다. 여기서는 역할 중심으로 직접 목도한 부부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먼저 공주 과(科)의 아내다.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텐트를 치고 있는데 아내는 주변 꽃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곤 한다. 남편이 아리따운 아내에게 힘든 일시키기 싫어 자신이 다 알아서 하겠다고 허세 부렸는지 속사정은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런 부류 꼭 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경우 아내는 아이들 돌보고 남편이 홀로 텐트 치는 광경도 흔하다.

두 번째는 ‘걸 크러시’ 아내다. 아내의 지시에 따라 남편이 움직인다. “더 잡아 당겨!”라고 아내가 외치면 남편은 순순히 따른다. 이 뿐이 아니다. 아내가 망치를 들고 이곳저곳 땅에 팩을 박는다. 능수능란하다. 얌전한 남편은 알아서 잘 하는 아내를 따라가는 구조다.

보통의 경우는 부창부수 유형이다. 남편이 주도하고 아내가 힘을 보태는 경우다. 그러면서 죽이 잘 맞지 않아 티격태격 다투다가 밤이 되면 고기 구어 먹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다감하게 ‘불멍’(불을 피워놓고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것)하는 부부들도 은근히 많다.

세 번째는 환상의 짝꿍 조다. 지난해 가을 원주 치악산 캠핑장에서 만난 60대 부부가 그랬다. 이래라저래라 말도 없다. 차에서 텐트를 함께 내리더니 척척 알아서 호흡 맞춰 텐트를 친다. 남편이 팩을 박으면 아내는 텐트 안으로 들어가 이너텐트를 걸고 찬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바닥공사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조명과 코펠, 간이 식탁 등 도구를 정리 정돈한다. 텐트 설치를 마무리하는 시간도 상당히 짧다. 부부 역할 분담과 분업의 진수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저렇게 잘할까 싶어 그 다음날 오후 텐트를 걷고 접는 것도 열심히 보았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척척’이다. 그 내공과 연륜이 부럽기 짝이 없다.

한데 요즘에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도 간혹 환상의 부부 조를 보게 된다. 하하 호호 거리며 즐겁게 물 흐르듯 텐트를 치고 걷는다. 그럴 때면 홀로 감탄사를 연발한다. 

 

■ 글쓴이는? - ‘캠린이’ 2년차에 접어든 40대 남성. 캠핑장에서 다양한 부부의 유형을 보면서 우리 부부도 환상의 짝궁 조가 돼야겠다며 열심히 노력 중이다.

■ 후기 - “남녀 구분이 왜 필요해요? 잘 하는 사람이 하면 되죠.” 텐트 잘 치는 중년여성의 쿨 한 반응이다. 부부가 할 일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각자 잘하는 일을 하면 된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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