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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고의성 의심받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공격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3.23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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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당초 예상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는 물론 서방국들의 예상을 비웃듯 전쟁은 확실한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러시아의 전력이 예상 외로 부실한 반면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의외로 강한 것이 원인이다.

최근의 전황을 보여주는 자료 중 하나가 양측에서 발생한 희생자 숫자다. 직접 비교가 가능한 신뢰할 만한 통계치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외신 보도를 통해 흘러나온 내용들을 종합하면 전황은 러시아에 결코 유리하다 할 수 없다. 군인 사망자만 놓고 보면 러시아 측 희생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쟁으로 얼룩진 우크라이나. [사진=AFP/연합뉴스]
전쟁으로 얼룩진 우크라이나. [사진=AFP/연합뉴스]

러시아에 맞서 결사 항전을 이끌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번 전쟁으로 자국군 1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경제적 손실 규모는 1000억달러(약 121조원)였다. 같은 날 영국의 경제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서방국가들이 러시아군 사망자 수를 2000~6000명으로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 사망자 수에 대한 국가별 집계치의 편차가 크고 러시아가 객관적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차이를 알 수는 없지만, 제반 정황은 러시아군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러시아군 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지난 21일 현재 사망자 수는 500명 정도였다. 하지만 이 수치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전쟁 발발시 양측이 발표하는 수치에는 조작이 가해지기 십상이고 특히 러시아의 경우 그에 대한 신뢰도가 더 낮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 사망자 수가 1만명에 육박한다는 기사가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의 온라인판에 지난 20일 게재됐다가 삭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기사는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개전 후 3주 남짓 동안 러시아군 사망자가 9861명(부상자는 1만6153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 수치는 미국 정보 당국이 추산한 러시아 측 사상자 수와 비슷했다. 미 정보 당국은 당시까지 발생한 러시아군 사망자와 부상자 수를 각각 7000명 이상, 2만1000명 정도로 추산했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 측은 자사의 기사가 서방 언론에 소개되자 해킹에 의한 오류로 기사가 잘못 나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방 언론들은 얼떨결에 그 실체를 드러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문제의 기사가 게재됐다가 곧 삭제된 사실을 포착해 보도한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이번 일과 관련, 러시아 국방부가 자국 병사 사망자 수를 의도치 않게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전쟁 사상자 수와 관련해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점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군 사망자보다 훨씬 많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지난 19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902명이 사망하고 1459명이 부상했다고 최근 전했다. 또 다른 유엔 산하 기관인 유엔난민기구(UNHCR)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체 인구(4400만명)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난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난민 수가 1000만명 이상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민간인 사상자와 난민이 속출하자 유엔 및 서방국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못박은 채 연일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푸틴 대통령을 “살인독재자”라 부르기도 했다.

미 당국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증거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민간시설 공격은 민가와 병원, 어린이 시설 등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을 두고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전쟁 중단을 위한 평화협상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민간인 공격이란 카드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21일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이 플랜B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군사적 대결로 단숨에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하는 것이 힘들어지자 러시아군이 전략을 바꿔 민간인 시설 공격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는 것이 양측 간 평화협상에서 러시아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을 함께 제시했다. 그래야 자신들의 요구대로 평화협정이 맺어질 수 있다고 러시아가 판단했을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프리드먼은 1000만명대 수준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인접국인 폴란드·헝가리 등으로 넘어가 혼란이 확산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협상 타결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플랜B가 의도대로 성공할지는 미지수라 분석하면서 러시아가 플랜C, 플랜D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플랜B의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 이상의 카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이유로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패로 결론 날 경우 푸틴 대통령의 자국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가 말하는 플랜C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이웃 폴란드의 우크라이나군 보급시설을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지칭한다. 이는 나토에 대한 직접 공격에 해당하는 행위다. 과거 공산권 국가였던 폴란드는 소련 붕괴 이후 친서방 노선을 걷다가 나토 회원국이 된 나라다. 따라서 폴란드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자칫 3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프리드먼이 말하는 플랜D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생화학무기나 핵무기를 사용하는 내용의 공멸적 시나리오를 의미한다. 그는 플랜B와 플랜C가 모두 실패로 돌아갈 경우 극단적 상황에서 러시아가 플랜D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발행인 최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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