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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꽃 피는 보성 초암정원엔 멋진 편백나무숲이...

8세때 엄마 잃은 남자의 40년 나무심기 효행 '감동적'

  • Editor. 이서준 기자
  • 입력 2022.03.2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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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서준 기자] 초암정원을 아시나요?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득량만 앞 너른 예당들판이 바라보이는 산자락에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3호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동백나무 등 아열대 상록수와 살구나무,앵두나무,자두나무 등 과실수까지 총 200여 종의 수목이 때깔 좋게 자라고 있다. 아는 사람만 가는 힐링명소다.

동네 골목에 들어서면 그저 푸른 나무가 좀 많다 싶은 여염집으로 보인다. 이게 무슨 가볼만한 여행지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초암정원의 편백나무숲.
초암정원의 편백나무숲.

 

하지만 집 마당에 들어서서 발길을 옮기노라면 열대 종려나무, 향기 짙은 서향과 붉게 꽃이 핀 동백나무에 형상이 기이한 소나무들까지 늘어서서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이 철갑소나무와 대왕소나무만 보아도 초암정원의 절반은 보신 겁니다.”

가지가 수없이 꺾이고 늙은 티가 역력히 나는 반송과 훤칠하게 솟은 대왕송을 가리키며 무한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사람은 평생을 들여 초암정원을 일궈 온 김재기(82) 씨다.

세상물정 모르던 8세 때 28세의 어머니와 사별한 데 이어 어린 두 여동생마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이후 오랜 세월을 같이한 사람은 ‘길러주신 어머니’다. 김 씨는 늘 분주하게 밭일을 하는 어머니를 위해 잔디를 깔고 철마다 꽃을 볼 수 있도록 밭에 꽃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밭이 있는 뒷산에 해마다 나무 심는 일이 어언 40여 년 이어졌다. 두 어머니를 향한 효행은 길러준 어머니가 늙도록 계속됐다. 그 덕분에 뒷산자락은 울창한 숲으로 변했다.

평생 나무심기로 초암정원을 일군 김재기 씨가  최고의 소나무라고 자랑하는 철갑송 앞에 서 있다.
평생 나무심기로 초암정원을 일군 김재기 씨가 최고의 소나무라고 자랑하는 철갑송 앞에 서 있다.

 

대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은 하늘이 가려져 청량감이 감돈다.

상식 없는 방문객들이 굵은 왕대나무에 낙서를 해놓기도 하지만 편백나무 숲을 통과해 초암정에 이르는 3km 정도의 오솔길은 기분을 황홀하게 하는 산책길이다. 피톤치드가 풍부하게 감도는 치유 공간이다.

정담을 나누며 숲길을 걷노라면 붉은 산다화(동백꽃)이 눈을 맞추고, 남해의 바닷물도 아스라이 반짝거리며 알은체를 한다.

시간을 들여 야생차밭을 둘러보고 광산김씨 종손인 김 씨가 보존하고 있는 민속생활 도구까지 구경한다면 초암정을 찾은 여행의 맛은 더욱 진해진다.

남도 지방에서 산다화라고 불리는 동백꽃이 초암정원에 붉게 피어 있다. 올해는 가뭄등으로 꽃이 예년보다 못해 다소 아쉬움이 있다.
남도 지방에서 산다화라고 불리는 동백꽃이 초암정원에 붉게 피어 있다. 올해는 가뭄등으로 꽃이 예년보다 못해 다소 아쉬움이 있다.

 

주차장이 마을 안에 있고 무료다. 입장료는 정원 입구에 비치된 통에 넣으면 된다. 일몰 무렵 문을 닫는다.

주변의 가볼만한 곳으로, 비봉공룡알 화석지가 있다. 봇재 주변의 차밭과 율포해변,  태백산맥문학관과 꼬막 맛집이 있는 벌교읍 모두 자동차로 30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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