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무조사' 현대모비스의 자료 은폐 의혹, 추측 제보와 진실 사이에서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4.08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소프트웨어 직군 채용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며 소프트웨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채용 전략도 다양한 방법으로 수립하겠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가 지난달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말이다.

조성환 대표는 우수 인재 확보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세무조사 전후로 주요 자료를 고의 은폐했다는 의혹이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불거졌고, 이를 사측에서 ‘추측 제보’라고 일축하는 것을 보면 인재 확보도 중요하지만, 지금껏 기업 성장을 주도해온 기존 직원들과의 소통과 교류, 그리고 결속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아닌지 궁금한 대목이다.

서울 역삼동 현대모비스 본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역삼동 현대모비스 본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사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핵심 세무자료 고의 은폐 의혹은 진실 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중이다. 저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달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최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1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2017년 4월 이후 5년 만에 실시되는 정기 세무조사 성격이다.

문제는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기 전과 후로 현대모비스 사내 인트라넷에서 직원들이 업무 시스템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부 직원은 조사를 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현대모비스 사내 인트라넷에서는 차량과 연구개발(R&D), 애프터서비스(AS), 구매, 경영, 보안, 품질 등 주요 업무 시스템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무 내용은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진행하려면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중요 항목들이다.

특히 돈이 오가는 주요 경영 부문에서는 계약관리와, 투자관리, 원가관리시스템(MICMS) 등이 사라졌다. 이들은 각각 협력사들의 계약 관리, 대내외 투자 전반 관리, 생산 제품 원가를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또 구매와 R&D, 품질 부문 전반을 볼 수 있는 구매관리시스템(MPOS)과 QMS(품질관리시스템)도 사라졌고, 프로젝트 및 기술 계약을 관리하는 제품수명주기관리(PLM)와 연구·개발 관련 클라우드 서버 관리 및 접속을 위한 Mclovir도 자취를 감췄다는 것.

현대모비스는 2017년 세무조사를 비롯해 감사 때마다 비슷한 행태가 반복한 것으로 전해져 의구심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보안 인증 시스템 교체 작업 과정에서 일부 시스템이 차례로 먹통이 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수백 가지 회사 시스템이 있을 텐데 이것을 교체하는 과정이었다”면서 “세무조사와 관련해 핵심자료를 은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과거 세무조사나 감사 때마다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사실무근. 세무조사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윗선에서 PC 내 파일 삭제랑 하드 교체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달 27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현대모비스 세무조사 자료 숨기기 계속 진행’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현대모비스가 세무조사 받는다고 재경 부문에서 이런저런 시스템을 숨기고 사전에 직원들 PC 내 파일 삭제 및 하드 교체 진행은 다들 알 것이다”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익명에 숨어서 쓸 수 있는 블라인드나 커뮤니티 내에서 이야기가 와전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다”라고 일축했다.

또 보안인증 시스템 교체작업 때문이라면 직원들에게 사전 공지를 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공지를 하고 있다. 시스템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순차적으로 서버를 고쳐왔고, 서버에 따른 수리 시간 차이로 인해 공지가 안 된 것일 수는 있어도 의도적으로 안내를 피한 것은 아니다”라며 “시스템 교체 작업을 끝냈다. 현재는 전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모비스, 제45회 정기 주총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 제45회 정기 주총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이처럼 현재 회사와 직원,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지난달 말부터 꾸준하게 내부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각에선 현대모비스 사내 갈등이나 소통 부재가 심상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달 초 비정규직을 포함해 모든 직원에게 특별 격려금 400만원을 지급한 것과 달리, 현대모비스는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직원들 불만이 고조된 바 있다. 이에 지난달 4일 서울 강남구 본사 로비에서 특별 격려금 지급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결국 현대모비스는 노사 간 협상에서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달이 바뀐 현재까지도 뚜렷한 격려금 규모와 지급 시기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노사 갈등은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현대모비스는 특별 격려금과 관련해 직원들의 추측성 제보가 블라인드에 올라오고, 이번 의혹과 묶어서 와전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말 사측의 주장대로 사내에 불만이 있는 직원들의 추측성 제보를 통한 와전일까, 아니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바라는 직원들의 진정 어린 애사심일까.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사업장뿐만 아니라 공급망, 지역 사회로 확장하는 ESG 경영 체계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더불어 발전하는 신뢰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

ESG경영을 거듭 강조해온 조성환 대표로서도 큰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현대모비스 2021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현대모비스로부터 연봉 33억7500만원을 챙겼다. 이는 전년도 연봉 19억7200만원보다 14억300만원 늘어난 액수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