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한부 쌍용차, 폭탄 돌리기 결말은?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4.13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쌍용자동차가 애처로운 시한부를 맞이하고 있다.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로 한 기일이 6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쌍용차 생사에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 주인 후보가 생겨나는 가운데 인수 의향을 발표할 때마다 관련업체 주가가 들썩거리고, 인수 기업들의 자격 논란이 이어지면서 폭탄 돌리기가 되는 모양새다.

시작은 쌍용차 매각부터다. 쌍용차는 지금까지 계속 다른 회사에 매각됐다.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부채 3조원을 감당하지 못해 대우그룹에 매각됐다. 이듬해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한 쌍용차는 5년 뒤인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 하지만 상하이자동차서 기술 유출 논란이 불거지며 4년 만에 한국 시장서 철수했고, 쌍용차는 법정 관리를 거쳐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됐다. 2016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얼마 가지 못해 경기 침체, 판매 부진 등 어려움이 따랐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연합뉴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연합뉴스]

쌍용차 위기가 본격화된 때는 2020년 4월이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이 23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쌍용차 지배권을 포기하게 됐다. 쌍용차는 흑자 전환 계획에 비상등이 켜졌다. 보유 중이던 각종 부지, 물류센터, 서비스센터 등 유형 자산을 연이어 매각하며 급히 유동성 확보에 나섰으나 2020년 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고, 이듬해 6월 매각 공고를 냈다.

최근 쌍용차 인수를 위해 쌍방울그룹과 KG그룹이 달라붙으며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에서 쌍용차 인수를 주관하는 광림·쌍방울·나노스가, KH그룹의 KH필룩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에 인수 사전 의향서를 제출했다.

KG그룹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쌍방울과 함께 유력 후보로 꼽히는 KG그룹은 국내 최초의 비료 회사인 KG케미칼이 모태인 기업이다. KG그룹은 동부제철 인수 당시 손잡았던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가 자금 조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그룹 모두 쌍용차 정상화보단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실제 쌍용차 인수 참전 소식에 각 기업 주가는 출렁이고 있다. 6일 인수전에 뛰어든 KG그룹 계열사 KG스틸우와 KG케미칼, KG ETS, KG모빌리언스 등도 불과 사흘간 33~66%라는 높은 등락폭을 보이는 중이다. 심지어 KG스틸우는 주가가 10% 이상 추가 상승할 경우 하루 동안 매매가 정지될 수 있다고 한국거래소가 11일 예고한 바 있다.

쌍방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1일 쌍용차를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후 3거래일 동안 주가가 108.3%나 뛰었다. 하지만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다시 폭락하는 등 널뛰기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12일 KB증권이 쌍방울그룹의 인수 자금 조달 참여 계획을 철회하자 관련 기업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게다가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미래산업은 4일 보유 중이던 아이오케이 주식 647만6842주를 124억1479만원에 모두 처분하면서 차익 실현 논란이 불거졌다. 약 493만주가 장내 매도로 이뤄졌고, 미래산업은 주당 매도가가 1978원이라고 밝혔다. 주가 급등 전인 지난달 31일 아이오케이는 1235원이었는데, 매도가는 이보다 60%가량 높다.

먹튀 논란이 커지자 쌍방울 그룹은 “주식 처분은 손실을 본 매도일 뿐 차익 실현은 없었다”면서 “회사 운영자금을 확보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이미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전력이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이 따른다. 2010년 시세차익을 위해 주가를 띄워 350여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속칭 주가 조작꾼 2명을 구속 기소한 바 있고, 지난해 5월에도 계열사인 나노스에서 주가 조작을 통해 시세 차익을 챙긴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투자자들도 나락을 향해 가는 모양새다. 장기간 호재에 굶주린 개미들은 인수 후보 기업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묻지마 투자를 반복하고 있다. IB업계에선 인수 후보들이 구속력 있는 행동을 취한 상태가 아니라면 언제든지 인수 추진 의사를 접을 수 있고, 이 경우 기대감에 올라간 주가 급락의 희생양은 개미들이라고 설명했다. KG그룹과 같이 관련주에 대한 투기성 자금이 추가로 몰릴 경우 연쇄 매매 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도 쌍용차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급변동을 겨냥해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다.

더불어 일각에선 다른 목적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쌍용차는 평택시에 약 26만평의 공장 부지를 갖고 있다. 시세가 9000억원에 달하는 부지로 알짜 중의 알짜로 꼽힌다. 인근에 SRT 평택지제역이 개통하며 대규모 택지 개발이 이뤄져 주거 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된다면 이 부지의 가치는 2조원까지 치솟으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쌍용차 운영이라는 염불보다 잿밥의 가치가 더 큰 것이라 보이는 이유다.

심지어 쌍방울그룹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참가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쌍방울그룹이 이스타항공 주인이 되지 못한 이유로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큰 연고도 없이 갑자기 항공사를 소유하려 한 점 역시 시장에서 타당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한 탓도 있다.

쌍방울그룹과 KG그룹 모두 자동차 사업에 대해선 문외한이라는 지적이 가장 많다. 대중들이 무리한 사업 키우기로 자칫 문어발 확장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기에 충분하다.

쌍방울그룹 신당 사옥 [사진=연합뉴스]
쌍방울그룹 신당 사옥 [사진=연합뉴스]

에디슨모터스라는 선례만 봐도 이번 논란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는 게 업계 종사자와 투자자들의 지적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11월 인수합병(M&A)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당시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전기차 생산 기업 에디슨EV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올해 초 본 계약을 체결하며 유력한 인수 후보로 올라섰다.

하지만 에디슨EV는 인수 사실이 알려진 뒤 주가가 급등했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들이 주식 대부분을 처분하고 차익 실현에 나서며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지난달 25일 인수 자금 3049억원 중 잔금 2743억원 가량을 최종 납부하지 못하며 인수 무산됐다. 이에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효력 정지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달 말 2021년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동일 감사인의 사유 해소 확인서 제출 때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에디슨EV는 11일 기한 내 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해 상장폐지 기로에 놓였다.

그래도 아직 많은 기업이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과 KG그룹을 제외하고도 사모펀드와 다른 기업도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매각 주간사와 접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쌍용차 측은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은 후 스토킹 호스 방식의 계약 체결을 위한 우선 매수권자 선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 예정자를 선정해 놓고 별도로 공개 경쟁 입찰을 진행하며 입찰이 무산될 경우 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내정자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입찰 희망자가 나오면 계약 대상을 변경할 수 있어 자금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쌍용차는 서울회생법원이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10월 15일까지로 6개월 연장했다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인수 불발로 시간이 촉박해짐에 따라 재매각 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자를 정하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와 스치기만 해도 투기 테마로 전락해 투자자들이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고, 자금 부족과 이전 인수 논란들과 엮여 파고들수록 후보들의 자질 논란이 이어지는 중이다. 특수차량 업체인 이엔플러스도 인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7일 인수전서 발을 빼겠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일각에선 회생계획 인가 종료 시점인 10월 15일 내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새 주인이 결정되더라도 지속 가능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면 쌍용차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10월 15일까지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식들을 찾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재매각 추진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조만간 결정 날 것이다. 쌍방울그룹이 자금을 확보하며 인수 추진의 물꼬를 트고 있고, KG그룹도 하반기 KG ETS 매각 대금이 들어오면 인수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청산에 있어선 여러 가지 사회적 손실도 생각해야 한다”며 재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채권 변제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더불어 쌍용차가 자동차 미래를 그려갈 때 가장 적합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시너지를 내고 미래 성장 동력을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이 유력해 보인다”면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곳은 쌍방울그룹과 KG그룹이지만 매각 절차나 방식이 공개되고, 또 다른 곳에서 인수 양서를 제출하는 기관이 있을 수 있다.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해 지금 단정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인수 고려 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그 어떤 기업이라도 쌍용차에 산적한 숙제를 감당해야 한다. 지난해 쌍용차는 연결 기준 2613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2009년 구조조정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는 노조와 원만한 협의를 이루는 것도 큰 과제다. 시한부 쌍용차의 갈 길이 여전히 멀고 험하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