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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새 정부에 바라는 노동정책 1순위는?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4.2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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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근로시간 유연화’

일찍이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내건 내용이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획일적이고 경직된 근로시간 및 임금규정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디지털 전환시대에 적합한 성과 중심의 근무 방식을 확대한다는 것이 해당 공약의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해 주4일제 등 다양한 근로시간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장려하며 △전일제 근로와 시간제 근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근로전환 신청권을 부여해 근로자가 일과 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잡도록 돕고 △연장근로시간 특례업종이나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신규 설립된 스타트업을 포함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제시된 공약 중 선택 근로제의 정산기간, 주 최대노동시간 등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규정돼 있는 만큼 변경 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국회 의석수 과반을 넘는 현재 여당이 반대할 경우 시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자체 지침을 통해 운영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와 같이 정부가 시행규칙 내에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이런 와중에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윤 당선인이 내세운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기대가 뜨거운 것으로 나타나 이목을 끌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공약 중 하나로 '근로시간 유연화'를 제시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공약 중 하나로 '근로시간 유연화'를 제시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인사·노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129개사 응답자 가운데 34.1%가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이 기업 경영과 고용 창출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부정적 의견 8.5%보다 4배가량 높은 수치로, 현행 정책보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기업 실무자들로부터 더 큰 호응을 얻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새 정부가 가장 우선해 다뤄야 할 노동 현안으로 '근로시간 유연화'(27.9%)가 꼽힌 것도 윤 당선인이 내세운 공약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이슈로 불거지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이 24%로 뒤를 이었고, ‘균형 잡힌 노사법제 마련’이 21.7%,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가 16.3%, ‘최저임금제 개선’이 10.1%를 차지했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가장 필요할지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5.8%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것을 꼽았다. 이 역시 윤 당선인이 공약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노동현안,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한 의견 [사진=전경련 보고서에서 캡처]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노동현안,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한 의견 [사진=전경련 보고서에서 캡처]

여기서 잠시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무엇인지 그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자.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있다.

우선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일정 단위기간을 평균해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와 특정한 날에 기준 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수 있게끔 하는 근무제를 말한다(근로기준법 제51조). 단위기간을 2주 이내로 할 것인지, 3개월 이내로 할 것인지에 따라 구분되는데,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취업규칙 또는 그에 준하는 것에서 구체적인 내용과 실시를 정하고 있어야 하며,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해야만 시행할 수 있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2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에서 첫째 주에 매일 7시간, 둘째 주에 매일 9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둘째 주의 근로시간은 45(9×5=45)시간이므로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이를 첫째 주 근로시간인 35(7×5=35)시간과 평균하면 주 40시간이 되므로, 법정근로시간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계절별·시기별 업무량 편차가 큰 업종에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통해 초과 근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2주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특정주에 최장 48시간,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특정주에 최장 52시간, 특정일에 최장 12시간을 넘어서까지 근로할 수는 없다.

두 번째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란 업무의 시작과 종료 시각, 1일의 근로시간을 근로자의 결정에 맡기도록 하는 근무제를 말한다. 그 시행을 위해서는 취업규칙 또는 그에 준하는 것에서 시업 및 종업시각을 근로자의 결정에 맡긴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어야 하며, 구체적인 시행방법에 대해서는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근로자는 1개월(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3개월) 내의 정산기간을 평균해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 40시간, 일 8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52조).

이번 전경련의 조사에서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방안 1순위로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뽑혔다는 것은, 현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법정근로 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 도입이 그만큼 경직되고 기업의 현장 상황과는 맞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업종의 차이를 무시한 일괄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생산직이 많은 건설·조선업종이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해외 사업장에서의 인력 운영에 큰 어려움을 초래한 만큼, 새 정부의 대표 공약인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기업 실무자들의 요구가 급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저임금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 [사진=동 보고서에서 캡처]
최저임금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 [사진=동 보고서에서 캡처]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제기됐다. 현행 최저임금제도 개선과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은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로 차등적용’하자는 것으로 전체 응답자의 34.9%가 이같이 답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자제’가 32.6%로 2위를 차지했고, ‘기업 지불 능력 등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준 보완’에 대한 요구가 21.7%로 뒤를 이었다. 각 직업군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이고 기계적인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고용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기업 실무자들이 뜻을 모았음을 알 수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해서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의 사망·중대재해 등과 관련해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자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처벌만 가한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도 중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그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됐으며,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벌써 그와 관련된 사건 사고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사항에 대한 의견 [사진=동 보고서에서 캡처]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사항에 대한 의견 [사진=동 보고서에서 캡처]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분명 훌륭하지만, 그 시행과 관련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과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은 '안전·보건 의무의 구체적 기준 마련'(34.9%)이었다. 또 응답자의 15.5%는 ‘종사자 안전 수칙 준수 의무화’를, 14.7%는 ‘과도한 처벌 수위 완화’를 꼽았고, ‘의무주체 명확화’와 ‘원청책임 범위 명확화’에 대한 요구도 각각 11.7%, 11.6%를 차지했다. 법령의 불명확한 기준과 사고 책임 범위의 모호함이 기업 실무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안전관리에 투자하고 있지만, 법령상 안전보건 의무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경영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라도 기업들이 지켜야 할 의무를 명확하게 제시해주면 기업 경영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재해 예방의 실효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관계와 관련해서도 기업 실무자들의 불만이 대거 터져 나왔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2.6%가 ‘투쟁적 노조 문화 개선’을 꼽았고,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37.2%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파업 시 사업주의 대체근로 허용’이 14.7%,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가 3.9%를 차지하며, 우리 사회가 노사 갈등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경직된 노동 규제마저 적용되다 보니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불합리한 규제가 개선되고, 민간 혁신 활동을 유도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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