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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의 '지구의 날' 메시지 “병든 지구에서는 아무도 건강할 수 없다”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4.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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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국제 민간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가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가 보건의료 및 인도적 지원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국내외 인도적 지원 단체의 기후위기 대응 조치와 경험을 공유하는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독립성, 공정성, 중립성의 활동원칙에 근거해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무력분쟁, 전염성 질병, 영양실조,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활동해온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침공으로 수백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한 우크라이나에서도 현재 의료 및 구호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1971년 설립된 이래 세계 전역의 재난 지역에서 취약인구의 상황을 접해온 국경없는의사회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로 인한 인도적, 의료적 위기를 체감해왔다. 특히 강수 패턴의 변화, 기온 상승 등으로 말라리아, 뎅기열, 콜레라와 같은 감염병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수많은 현장에서 목격해왔다.

또 환경오염으로 인해 동물과 사람 간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 환자가 늘고 있으며, 태풍, 가뭄 등 극단적 이상기후 현상도 잦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대부분 지역에서 기후위기가 더 잦은 전염병, 식량 위기, 분쟁과 피란을 야기해 여러 보건의료적 문제를 급증시키고 있다. 더 안 좋은 것은 하나하나 쌓이던 개별 문제들이 어느 순간 복합적인 위기를 촉발할 때 그에 대한 대응이 훨씬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마다가스카르 동남 지역에서 발생한 극심한 식량 및 영양실조 위기 현장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지난해 4월 마다가스카르 동남 지역에서 발생한 극심한 식량 및 영양실조 위기 현장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이에 기후위기가 미치는 보건의료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이고 종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국경없는의사회는 2030년까지 탄소발자국(인간 활동이나 상품 생산과 소비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로 약속하고, 200여개 인도주의 단체가 가입한 ‘인도주의 기구를 위한 기후 및 환경 헌장’에 서명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된 이번 콘퍼런스도 기후위기로 촉발되는 인도적 위기를 완화하고 미래 세대가 겪을 고통을 경감하고자 전면적인 탈탄소화 실현 의지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이는 단순히 사후 대응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전 조치를 취해 예방하는 것이야말로 의료적, 윤리적 의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아울러 몇몇 단체의 노력이 아닌 사회 전반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활동 방식을 쇄신하도록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콘퍼런스는 티에리 코펜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의 환영사와 전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의장의 축사로 시작됐다.

이후 '기후위기와 인도적 지원 활동'이라는 주제로 최용상 이화여자대학교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마리아 구에바라 국경없는의사회 국제본부 국제의료지원 총책임자가 첫 번째 발표를 진행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구보건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은 마리아 구에바라 국경없는의사회 국제본부 국제의료지원 총책임자(왼쪽부터), 최용상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유튜브에서 캡처]
국경없는의사회가 지구보건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은 마리아 구에바라 국경없는의사회 국제본부 국제의료지원 총책임자(왼쪽부터), 최용상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유튜브에서 캡처]

발표가 끝난 후 시청자들이 함께 참여한 질의응답에서, 이들은 205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양의 40~70%를 개인의 생활방식 변화를 통해서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정부나 기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개인의 행동과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단순히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닌, 개인이 목소리를 높여야만 정부와 기업도 변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있다. 다시 말해, 각국 국민이 목소리를 높여야만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시행에 옮기며,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높여야만 기업도 새로운 생산 체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유권자인 국민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면, 정부도 기업도 지금의 패턴을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 또는 '기업'이라고 말할 때, 사람들은 마치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을 교정하는 인격적 주체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개인뿐이며, 따라서 '정부 또는 기업이 알아서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겠지'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일은 없다. 유권자로서, 또 소비자로서 여러 개인이 뜻을 모아 정부와 기업을 구성하는 또 다른 개인들, 즉 관료나 경영진에게 압박을 가해야만 이들에게서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발표는 '지속가능한 기후위기 대응 사례 및 발전 방향'이란 주제로 김태은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소 인도적 지원 총괄 협력관, 모니카 룰 국경없는의사회 제네바 운영센터 의료지원 국장, 이지선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기후위기대응팀 매니저, 브루노 조쿰 기후행동 액셀러레이터 사무총장이 발제를 맡았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구보건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은 김태은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소 인도적 지원 총괄 협력관(왼쪽 위), 모니카 룰 국경없는의사회 제네바 운영센터 의료지원 국장(오른쪽 위), 이지선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매니저(왼쪽 아래), 브루노 조쿰 기후행동 앨셀러레이터 사무총장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유튜브에서 캡처]
국경없는의사회가 지구보건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은 김태은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소 인도적 지원 총괄 협력관(왼쪽 위), 모니카 룰 국경없는의사회 제네바 운영센터 의료지원 국장(오른쪽 위), 이지선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매니저(왼쪽 아래), 브루노 조쿰 기후행동 앨셀러레이터 사무총장 [사진=국경없는의사회 유튜브에서 캡처]

이들은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 극심한 기상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기상이변과 인도주의적 위기가 서로 개별적으로 다뤄져야 할 사안이 아닌,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안이라는 데 동의했다. 가령 이미 전염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에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이나 홍수가 덮칠 경우, 이는 식수와 식량 문제, 이동 진료나 의료적 지원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인도주의적 문제로 귀결된다.

토론회 말미에서 브루노 조쿰 사무총장은 현재 많은 주체가 충분한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음을 꼬집으면서 '도미노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도미노 효과란 여러 사회의 구성원과 주체가 따라 할 수 있는 모범이 되는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게 되면, 이것이 다른 주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더 좋은 모범 사례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뜻은 있지만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도 이러한 도미노 효과는 충분히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날 콘퍼런스의 사회를 맡은 김태은 총괄 협력관은 "우리가 살아가다가 당면하는 빈곤 문제, 식량 문제 등의 여러 문제는 각각 떨어진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연계된 경우가 많다"면서 "문제를 표면적으로만 인식하면 식량 문제는 단지 식량 문제, 난민 위기는 그저 정치적이거나 실향의 문제로만 제한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오늘 많은 발제자가 강조했듯,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실제로는 환경과 기후의 변화와 연계돼 있다"면서 "이번 지구보건 콘퍼런스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보다 총체적인 지구보건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끝으로 앞으로도 국경없는의사회가 기후위기와 지구보건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것을 다짐하면서 "병든 지구에서는 우리도 건강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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