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경기도민의 눈물의 출퇴근길…소요시간 ‘하루의 8분의 1’

  • Editor. 류정운 기자
  • 입력 2022.05.12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류정운 기자] '내 인생 100년, 그런데 20년을 오롯이 출퇴근을 위해 쓴다?'

하루 단위로 따지면 무덤덤이 수긍해온 출퇴근 길이, 막상 인생 전체를 놓고 따져보니 암담하다. 아니, 억울하다. 어찌 인생의 5분의 1을 별 의미 없는 출퇴근에 소요한단 말인가.

최근 ‘경기도민은 인생의 20%를 출퇴근에 쓴다’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며 서울을 오가는 경기도민의 애환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건만 새삼 왜일까.

최근 경기도민의 출퇴근 시간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최근 경기도민의 출퇴근 시간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바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경기도민의 모습이 여러 정치인의 입에 오르내리면서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와, 경기지사 출마를 선포했다가 경선에서 탈락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지난달 드라마 속 경기도민이 겪는 고생담을 부각했던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에는 경기도민이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수차례 갈아타며 서울에 있는 회사에 도착하는 출근길 장면, 늦은 시간 장거리 퇴근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럿이 모여 택시를 잡는 장면, 날이 훤할 때 퇴근했는데 캄캄한 밤에야 집에 도착하는 장면 등이 나오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정말 사실일까. 단지 경기지사 출마를 앞둔 정치인들이 경기도민의 환심을 사고자 괜히 뻥튀기해 말한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다소 부풀린 면은 있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교통카드 빅데이터 통합정보시스템을 분석해 2020년 4월 발표한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실태에 따르면, 2019년 한해 수도권에서 시내버스나 도시철도 등 대중교통 이용 시 교통카드를 사용한 수는 총 67억3000만건으로, 일평균으로 환산 시 1845만건에 해당했다.

하루 중 같은 교통카드 이용자를 이용횟수와 무관하게 1명으로 계산할 시, 지역별로는 서울 395만명, 경기 266만명, 인천 69만명 순이었으며,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은 1인당 2.14회 교통수단을 이용해 1.32회 환승했고, 인천은 1.68회 교통수단을 이용해 1.28회 환승, 경기는 1.65회 교통수단을 이용해 1.33회 환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출근 시간의 수도권 평균 이동시간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2019년 출근 시간의 수도권 평균 이동시간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출근 시간에 인천이나 경기에서 서울로 오가는 평균 이동시간은 1시간 30분 안팎이었다. 지역 내 평균 이동시간은 서울 47분, 인천 50분, 경기 1시간 36분이었다.

퇴근 시간도 출근 시간과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경기 또는 인천 지역과 서울 사이를 대중교통을 통해 출퇴근할 경우 하루 3시간, 삶의 8분의 1을 출퇴근에 소모하는 셈이다. 인생의 20%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의 상당 부분을 단순 이동만으로 소요하는 것은 분명하다.

당시 데이터는 대중교통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자차를 몰고 출퇴근하는 이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 출퇴근길을 경험한 많은 이가 공감하겠지만, 넓은 도로를 빼곡히 채운 채 거북이걸음을 하는 승용차들 속 차주들의 심정 역시 좋을 것으로 생각되진 않는다.

실제로 경기도 안양에서 여의도로 자차로 출퇴근하는 C씨는 "매일 아침마다 안양에서 사당을 거쳐 올림픽대로로 가는데, 모든 서울 남부에 사는 경기도민이 그곳을 거쳐 서울로 출근한다"면서 "출근 시간만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렇다면 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가끔 지하철에 정전이 나거나 시위 등으로 운행이 중단될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런 사건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라리 자차를 타고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면서 "더구나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서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혼자 앉아서 가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C씨는 최근 급등한 유류비 탓에 속이 바짝 타들어간다. 회사에서 한 달에 10만원 남짓 나오는 차량유류비 지원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유류비 지출이 많아졌다. 이러나저러나 출퇴근 시간이 고역인 건 마찬가지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더불어 기업들의 비대면 활동이 적극 추진되면서 대중교통 사정은 조금 나아졌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교통카드 빅데이터를 분석해 지난해 3월 발표한 2020년 대중교통 이용실태에 따르면, 수도권 일평균 교통카드 이용건수는 2020년 1362만건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2020년 수도권 일평균 교통카드 이용건수는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2020년 수도권 일평균 교통카드 이용건수는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그러나 그로부터 다시 1년여가 흐른 5월 현재,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많은 영역에서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고, 비대면에서 대면으로의 전환이 속속 이뤄지면서 출퇴근길 역시 조만간 이전 수준을 재연할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의 출퇴근길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과밀화가 주된 원인이므로 단순히 교통체계를 정비한다고 해서 완화될 일은 아니다.

길고 고된 출퇴근길을 견디고자 오늘도 많은 이들이 저만의 지혜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도 그런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또한 많은 이들이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멀뚱히 서 있는 것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장면이다.

모두의 삶의 질을 한층 높이기 위한 더 나은 대안은 과연 없는 걸까. 오늘도 대중교통 안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많은 이들이 남몰래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