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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도 '킹달러' 넘지 않고서는...국내 증시 반등의 조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5.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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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안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을 통과하고 밖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앙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올해 1분기에 국내 상장사들은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거뒀다.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첫 분기를 출발했지만 국내 증시는 불확실성에 원화 약세의 환율 불안까지 겹치면서 돌파구 찾기가 여간 쉽지 않아 보인다. ‘킹달러’에 매도로 일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와야 기업들의 깜짝 실적이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올해 증시 변동성을 가장 크게 키운 환율의 안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17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개 대기업 가운데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낸 34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1분기 매출 총액은 791조479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6% 늘어 분기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 고지를 돌파했다. 20개 업종 중 90%인 18개 업종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1분기 영업이익 총액은 62조224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2%(3조832억원) 늘어났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거래 중인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거래 중인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로 인한 원자재, 환율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전날 분기 보고서 제출이 마감된 1분기 실적은 전망치를 상회한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업종별 대표주를 선별한 ‘유니버스 200종목’의 1분기 영업이익을 분석한 ‘실적시즌 리뷰’ 보고서를 통해 이들 종목의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4% 증가, 지난 3월 말 시장의 전망치인 53조9000억원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이익이다.

유니버스 200종목 가운데 107개 종목이 1분기 전망치를 넘어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53.5%로 나타났는데, 이 비율이 절반을 웃돈 것은 3개 분기 만이다. 전망치와 견줘  77개 종목은 10% 이상, 49개 종목은 20% 이상 뛰어넘었다.

김 연구원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불확실성에 따른 실적 우려를 극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1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연간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점도 긍정적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어 “증시 전반의 어닝 서프라이즈로 어닝 시즌의 분위기도 좋았다”며 “다만 증시는 오히려 지난 3월 말 이후 5.8%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높은 이익에도 불구하고 장을 주도해야 할 대형주가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40년 만에 최악으로 치솟은 미국 소비자물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넉 달째 이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긴축 속도전에 대한 경계감과 안전자산 선호 영향 등에 따라 국내에서도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지난 12일 코스피는 1년 5개월 만에 2550선까지 추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폭락을 전후로 지난 2~13일(10거래일) 코스피의 거래량은 9억4000만주로 전년 동기 대비 16.4%가 줄어들었는데, 감소폭은 대형주가 더욱 컸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LG에너지솔루션·우선주 제외)의 일평균 거래량은 평균 39.8% 감소했다.

‘5월에 팔고 떠나라(Sell in May)’라는 미국 증시 격언이 “믿을 건 실적밖에 없다”는 투자원칙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김 연구원은 “개인의 거래 감소와 수급 공백, 최근 환율의 흐름은 외국인에게 불리한 환경”이라고 짚으면서 “외국인의 컴백이 이뤄질 경우 실적이 좋았던 기존 대형주의 상대적인 강세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3년째 이어지고 있어 국내 증시 수급에 절대적인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 등 미국발 긴축 강도가 불가피해지면서 신흥국으로 향했던 투자금이 미 달러로 집중되는 달러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상장증권 순투자 및 보유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외국인의 상장증권 순투자 및 보유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이 전날 내놓은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서 매도 러시는 잘 드러난다. 외국인은 지난달 상장주식 5조2940억원(코스피 5조162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올해 들어 1월(1조6770억원), 2월(2조5000억원), 3월(4조8660억원)에 이어 넉 달째 순매도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올해 한국 증시에서 팔아치운 주식만 14조4160억원으로 올해 넉 달 만에 지난해 순매도 규모(24조9300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같은 ‘팔자’ 흐름이 극단적으로 지속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사상 최대의 순매도(36조원) 안팎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상장주식은 696조2000억원으로 시가 총액의 26.7% 수준까지 떨어졌다.

외국인 컴백의 선결 조건은 환율의 안정이다. 김 연구원은 “환율이 안정을 찾기 시작하는 구간에서 외국인의 수급 영향력이 확대된다면 대형주의 좋은 실적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폭락세를 회복한 지난 13일 외국인이 코스피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코스피200 선물을 대량 순매수하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된다는 분석도 있다.

악재들이 대부분 반영됐다는 시각이지만 큰 줄기에서는 환율 불안정이 여전히 국내 증시 반등에 중요한 변수다. 최근 한국산 가상화폐가 상장폐지되는 ‘코인 쇼크’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더욱 커지면서 달러 독주의 ‘킹달러’ 기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위협하며 12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선 상황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스피의 외국인 지분율이 2009년 이후 최저치까지 낮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는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둔 외국인들의 환차손 회피성 매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악재가 강화되는 것보다는 반등 트리거(방아쇠)가 부재하다는 점이 주식시장의 고민거리”라며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오르고 있다”고 기업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와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NH투자증권 제공]
우리나라 무역수지와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NH투자증권 제공]

원화 약세 상황은 올해 들어 무역수지 적자와 맞물려 해소 여부가 더욱 복잡해졌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의 경우 “미 연준의 긴축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국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따른 이머징(신흥국) 경기 둔화 우려로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우리나라의 올해 무역적자가 100억달러에 육박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그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무역수지와 원화가치 간 상관계수는 0.90 수준으로 강하게 연동한다"며 "우리나라 무역수지의 추세적 감소도 원화 약세 압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외채비율이 35%까지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까지 원화 약세가 지속하는 극단적인 가정으로 원·달러 환율 상단이 1350원까지 상향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09년 3월 평균 원·달러 환율이 1464원까지 치솟았는데, 당시 GDP 대비 총외채비율은 37.4%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는 ”2분기 말로 갈수록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도 1200원 초반대로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미 연준의 통화긴축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이같은 원화약세는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믿을 건 실적이지만 긴축의 파고가 거세게 밀려드는 올해는 킹달러를 넘지 않고서는 반등을 노려볼 수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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